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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해외한인]下.어깨처진 교민사회(1)…관광 예약취소 '도산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한인 관광업계는 도산하고 말겁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관광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석씨의 얼굴은 잔뜩 흐려져 있다.

최근 뉴욕 A 한인 여행사는 미국 호텔과 버스회사등에 위약금 1만달러를 물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 사이에 오기로 돼있던 본국 단체관광단 10개 그룹중 8개 그룹이 무더기로 취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수기에 한인 관광업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공무원.기업체 연수는 한국 외환위기 이후 "예외 없이" 1백% 예약이 취소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국의 온누리.초이스.오아시스등 주요 여행사들이 잇따라 부도가 나면서 여행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까지 겹치게 됐다.

프랑스쪽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비록 비수기이긴 하지만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대한항공 파리 직행편은 단체관광객 덕에 60% 정도의 탑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극도로 심화된 지난달 29일 파리에 도착한 대한항공 901편은 정원 3백83석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1백5석만 찼다.

뉴욕.파리 한인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관광객수가 70~75% 가량 줄어든 것같다" 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관광업과 함께 본국에 목줄을 댄 교민 사회 최대 사업영역중 하나인 식당업도 타격은 마찬가지다.

뉴욕 맨해튼32번가에 있는 강서회관은 "경제위기 이후 손님이 말 그대로 뚝 끊어졌다" 며 "이 일대 한국식당들의 매출액이 최소한 30% 정도 줄어들었을 것" 이라고 추산한다.

파리의 경우 26개에 달하는 한국식당중 적어도 4~5개는 문을 닫게 될 것같다는 전망이다.

런던 교외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뉴몰든의 한 한국식당은 금요일 저녁이면 10여개인 테이블이 모자랄 정도였으나 요즘은 2~3개 테이블을 채우는게 고작이다.

비교적 씀씀이가 괜찮았던 상사 주재원.공관원들의 주머니가 바싹 얼어붙은 것도 교민 경제에 타격이 되고 있다.

유엔대표부 외교관들의 경우 최근 수당 가운데 정보비가 20% 가량 깎였다.

나아가 달러값이 치솟으면서 봉급이 사실상 30% 정도 감봉되고 보니 교민들의 주요 고객이었던 주재원들의 구매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측은 교민경제의 본국 의존도를 '먹이사슬' 이라고 표현한다.

여행사.식당.부동산.학원.기념품점.호텔.주점등 교민들이 주요 생업수단으로 삼고 있는 업종 대다수가 '서울에서' 오는 방문객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교민들의 고개를 떨구게 만드는 것은 이번 경제난으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점이다.

모스크바에서 88올림픽 이후부터 살고 있는 교민 김선훈 (42) 씨는 "90년대초 수교 초기만 해도 한국인들은 올림픽 덕에 러시아인들의 선망 대상이 됐으나 지금은 비아냥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고 씁쓸해 한다.

[특별취재팀]런던 = 정우량.워싱턴 = 김수길.뉴욕 = 김동균.모스크바 = 김석환.파리 = 배명복.베이징 = 문일현.도쿄 = 이철호.홍콩 = 유상철.베를린 = 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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