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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지원이후]지원받고 회생 못한 나라 많다(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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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의 문제는 그것이 지원받은 국가의 회생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IMF가 요구하는 지원조건이 지나치게 가혹해 많은 국가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오히려 경제가 악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실업증가.세율인상등으로 저항을 부를 가능성이 큰 IMF의 프로그램은 해당국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켜 철저한 이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91년 급격한 시장경제 이행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체계의 구조조정.국영기업 민영화등의 이행을 조건으로 해 지난 95년 IMF로부터 약 63억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러시아는 이후 엄격한 통화정책으로 인플레를 한자릿수로 묶는데 성공했으나 금융기관.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은 심각한 반발에 부닥쳐 지지부진했다.

러시아는 결국 지난해 약 1백억달러의 추가지원을 받았으나 경제난으로 신뢰가 떨어진 보리스 옐친 정부는 철저한 구조조정에 실패, 최근 또다시 서방금융기관에 손을 벌릴 처지에 놓였다.

몽골도 시장경제 도입과정에서 IMF의 도움을 계속 받고 있다.

이미 92~93년과 93, 96년에 IMF의 지원을 받았으나 올 7월 또 다시 4천5백만달러의 추가지원이 결정됐다.

몽골 역시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취약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세제개혁등 근본적인 수술처방을 받았으나 대중의 인기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프로그램의 철저한 이행을 미뤄 또다시 계속 IMF의 '감독'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IMF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곳은 아프리카다.

대부분 IMF의 지도를 받는 아프리카 경제는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IMF를 '독재자' 라고 부르며 IMF의 정책을 '살인적' 이라고 일컬을 만큼 반감이 높다.

잠비아에서는 옥수수값 상승에 따른 소요가 발생했고 짐바브웨에서는 교육비 인상으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케냐의 인플레이션은 세자리 숫자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IMF의 지원조건을 제대로 이행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IMF의 처방은 대체적으로 옳다고 말한다.

92~94년 IMF에 근무했던 한국개발연구원의 이계식 (李啓植) 박사는 "IMF의 조치는 비교적 적절하다" 며 "해당국이 얼마나 철저한 개혁조치를 취하느냐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철저한 긴축을 요구하는 IMF의 요구가 지나치게 가혹하고 급격한 변화를 부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버드대의 제프리 삭스 교수는 "예산축소 같은 긴축정책보다는 환율안정을 지원함으로써 그 국가에 대한 대외신뢰를 회복한 후 순차적인 개혁을 유도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 이라고 지적한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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