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나무역·김천호 사장 정체놓고 의혹 증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김선일씨의 죽음을 놓고 가나무역과 김천호 사장의 정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천호 사장이 미국의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것과 가나무역이 실질적으로 국내 한 교회의 선교단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앞장서 이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진실은 오늘 귀국하는 김 사장이 입을 열어야 밝혀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정보원이었나= 일부 인터넷신문 등에 따르면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은 최근까지도 국가정보원과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바그다드 무역관 등에 이라크의 정치.사회 등 현지정보를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그동안 이라크 현지 정부기관과 긴밀한 '정보협조' 관계를 유지해온 김 사장이 김선일씨 피랍 이후 20여일 동안 김씨 피랍 사실을 이들 기관에 왜 알리지 않았는지, 반대로 알렸다면 기관측에서 이를 인지하고도 묵살했는지 여부 등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의혹'의 근거는 KOTRA의 '이라크 현지 동향 주간보고(4.30- 5.7)'. 이 문건을 토대로 '미군에 PX 물자를 공급해온 김 사장은 미군 영내를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얻은 정보를 KOTRA 바그다드 무역관과, 해외 현지에서 KOTRA와 정보를 '공유'해 온 국정원 및 한국대사관에 제공해 온 것으로 보인다' 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김선호 사장이 실질적으로 정부의 정보원 역할을 했으며 김선일씨의 실종 사실도 숨지기 전에 한국 정부에 알렸을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KOTRA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곧바로 정부의 정보원이라고 주장하기는 논리가 빈약하다. 경제관련 정보 수집이 주 목적인 KOTRA에서 현지에 진출한 기업인의 말을 듣고 인용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 김 사장이 KOTRA에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정보원'이었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렇다 해도 '해외정보를 KOTRA와 공유하는 국정원의 정보원'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다.

◇미국에 미리 알렸나= 내일신문은 지난 26일 "가나무역의 원청업체로 알려진 '미 육군.공군 복지지원단(AAFES)'을 조사한 결과 이사회의 핵심멤버 중 다수가 미군 현역장성과 정부고위직 인사로 구성돼 있으며, 직원 중 1천명이 현역장병인 미군기관"이라며 "김 사장이 한국외교부에게 '6월10일 AAFES측에 김선일씨 억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고 진술한 것은 곧 미군에게 보고.문의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군 당국이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인 동시에, '미국도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몰랐다'는 우리정부 주장 또한 거짓이었음을 증명해주는 셈이다.

이 부분도 김 사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AAFES가 한국의 군내 매점(PX) 기능을 하는 기관이므로 미군과 관련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AAFES에 김씨의 실종 사실을 알렸다고 이 정보가 미군 당국이나 미국 정부에까지 전달됐는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미 정부는 "김선일씨의 납치 사실을 언론보도 후에 알았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김 사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언제 AAFES에 김선일씨의 납치 사실을 알렸는지, 이 사실이 언제 미 정부당국에 전달됐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한 교회의 선교단체인가= 오마이뉴스는 국내의 한 교회 선교팀이 고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지난 10일쯤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교회 선교팀 관계자를 인용해 "김씨 피랍 사실은 바그다드 현지에서 6월 10일께 확인됐다"며 "국내 선교팀에서도 이 때쯤 김씨의 피랍 사실을 알게됐고 그의 안전을 위한 기도모임도 있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가나무역이 실질적으로 이 교회의 선교팀이었다고 시사했다. 그 근거로 이 교회 신도였던 동생이 가나무역에 입사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 교회 쪽은 김씨와 교회는 무관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즉 김씨 등 이라크 선교팀은 가나무역에 입사해 이라크에 갔고, 바그다드 현지 교회에 다녔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교회 홍보담당 목사는 "김선일씨는 우리가 파견한 선교사도 아니고 성도도 아니어서 본부에 보고되지도 않았다"며 "(가나무역에 입사한) 청년 4명은 자의에 의해 회사에 취직한 사람들로 (교회) 선교사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