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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오감만족, '꽃 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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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관상용이 아닌 식재료로 사용해 온 역사는 꽤 오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꽃음식에 대한 문헌상의 기록이 등장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으로 당나라의 무축천여황때, 화조일(음력 2월13일)을 맞아 궁녀들에게 백 가지 꽃을 채집하게 하게 한 후 그 꽃으로 만든 떡을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임금의 식사 중에 꽃이 등장했던 것은 '낮것'이라고 하는 점심식사 때 였다. 낮것에는 아침과 저녁에 비하면 간소한 간식같은 메뉴들이 주로 올랐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제철 꽃으로 만든 화채와 떡이다. 주로 두견화, 장미, 국화를 사용하였는데 식재료가 풍부했던 궁궐에서는 입보다는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꽃음식을 만들었다.

반면 먹을 것이 부족했던 민간에서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꽃음식을 만들었다. 봄이면 만개한 진달래꽃을 찹쌀반죽에 붙여 기름에 지져냈고, 여름이면 장미꽃으로 떡을 만들거나 화채에 띄워먹었다. 가을에는 호박꽃으로 쑨 죽과 국화꽃 차를, 겨울에는 지난 봄에 모아놓은 소나무 꽃가루로 송화다식을 만들었다. 그 밖에, 감자국에는 원추리꽃을 넣어 맛을 냈으며 모란꽃잎을 탁주와 함께 안주 삼아 먹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역시 꽃을 음식에 사용한다. 중세시대 때 부터 샐러드나 화채에 사용했으며 설탕을 묻혀 말리거나 구운 꽃을 디저트로 먹으면서 꽃음식이 보편화 되었다. 세계적으로 '먹는 꽃'의 종류는 100여종이 넘으며 식용꽃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차에 꽃을 띄우는 간단한 것에서부터 비빔밥, 샐러드, 튀김, 술, 빵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튀김에는 제비꽃, 도라지꽃, 아카시아, 칡꽃, 유채, 동백을 사용하면 좋고, 샐러드에는 카네이션, 국화, 민들레를, 한련화와 백합은 수프나 죽에 넣어 먹으면 적합하다. 색깔과 모양만큼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는 꽃들도 있는데 한련화는 매운맛, 비단향꽃나무는 무맛, 로즈마리, 팬지, 나팔꽃, 호박꽃 등은 달콤한 맛이 난다.

음식에 꽃을 사용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식용에 적합한 꽃인지 아닌지를 구별해야 한다. 꽃 자체에 원래 독성이 있는 것이나 식용을 위해 따로 재배하지 않은 것은 농약등의 이유로 음식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선화, 아네모네, 칼라, 철쭉류, 꽈리, 로벨리아, 감자 등의 가짓과 채소의 꽃들이 그것으로 사용 전에 꼭 식용인지 여부를 알아보거나 식용꽃 전문 판매처에서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꽃으로 음식을 만들 때는 자칫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용 전에 암술과 수술, 꽃받침을 제거 해야 한다. 꽃 자체의 단맛과 신맛, 매운맛을 더 풍부하게 즐기고 향을 살리려면 단순한 조리법을 사용하고 양념은 최소한으로 한다. 또, 불을 사용하는 조리법에서는 음식의 조리 마지막 단계에서 불을 완전히 끈 다음 꽃을 넣는 것이 꽃 고유의 향을 잃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