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브로드웨이는]2.웨버, 저무는 태양?…'뮤지컬 황제' 신화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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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뮤지컬 황제' 앤드류 로이드 웨버 (49)가 '오페라의 유령' 2탄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지난달말 내한했던 그의 전 부인이자 1편의 히로인이었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전언이다.

'오페라의 유령' 2탄의 이야기는 1편에서 10년이 지난 뒤의 변모상을 그린다.

86년 런던에서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 은 2년뒤 런던의 히트를 등에 업고 뉴욕 머제스틱극장에 입성, 지금까지 10년째 롱런중이다.

이 작품은 71년 록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로 뉴욕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이래 웨버 신화의 상징이 됐다.

세계시장에서 박스오피스 수익만도 17억달러 (1조7천억원) 이상을 올린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런 그의 신화가 무너진다면? 단정할 수 없지만 그의 신화가 퇴색중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브로드웨이에 팽배하다.

최근까지 웨버의 RUG (The Really Useful Group)에서 일했던 브로드웨이 공연매니저 마틴 헤이스는 "웨버가 신작개발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고 말해 그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이같은 헤이스의 분석외에도 웨버 뮤지컬의 침체를 예고하는 징조는 곳곳에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워싱턴의 내셔널극장에 올랐던 신작 '휘슬 다운 더 윈드' 의 참패. 올 4월 브로드웨이 공연이 예정됐던 이 작품은 워싱턴 프리뷰공연에서 평단의 혹평을 받고 브로드웨이 진출이 좌절돼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올 3월에 막을 내린 대작 '선셋대로' 의 흥행실패도 웨버에겐 큰 상처였다.

1천3백만달러 (1백30억원) 을 들여 2년4개월만에 제작비의 80%정도밖에 회수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이로써 지금 브로드웨이에는 '캐츠' (81년) 와 '오페라의 유령' 두 작품이 그의 '전설' 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왜 이처럼 내리막길의 징후를 보이는가.

'스텀프' 의 프로듀서인 마크 라우스는 "대작에 대한 과투자와 계속된 흥행성공으로 인한 자만심" 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선셋대로' 는 노마의 저택 제작.설치비로 5백만달러를, 20년대 리무진을 9만달러를 들여 재현하는 등 초호화판 무대의 극치를 보였고, 이것이 제작비 회수의 큰 장애가 됐다.

이런 이유로 재작년 RUG는 총수익 3천1백만달러에 총지출 3천6백만달러로 5백만달러이상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의 수많은 히트작들이 세계 곳곳에서 리바이벌되고 있는 이상 웨버의 '몰락' 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인지 모른다.

그러나 신작대신 속편을 택한 '오페라의 유령' 2탄 소식은 '저무는 태양' 웨버의 한계를 웅변하는 것은 아닐까.

뉴욕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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