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에 시장 300여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한 전역에는 현재 300여개의 시장이 운영 중이며 이 중 40개는 평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북한당국은 주민이 개인적으로 경작할 수 있는 농지면적을 과거 30~50평에서 400평으로 크게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부 성남기 정보분석국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정부의 '북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2주년 평가'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7.1조치 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장을 상업유통의 한 분야로 인정했다. 시장에는 개인뿐 아니라 공장.기업소도 진출해 전체 5% 정도를 이들 업체가 장악했다. 공장이 계획 외로 물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한 점도 획기적이다. 또 잉여물품이나 부산물의 판매도 허용했으며, 생필품의 경우에도 생산량의 30% 한도에서 자유처분을 인정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신청을 받아 일정기준을 갖춘 경우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 최근 평양 통일거리에 등장한 북한 최대 규모의 통일시장은 순이익의 25%를 판매수익금으로 납부토록 하고 있고, 별도의 입장세를 받고 있으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품질이나 판매지역과 무관하게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해온 판매가격도 탄력적으로 적용해 일반시장의 경우 최고가만을 제시하고 그 범위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허용했다. 가격은 5일마다 조정한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의 거리에는 팥빙수나 고구마 등 음식물을 주로 파는 매대와 생필품을 공급하는 점포가 등장했고, 서비스와 유통 분야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업분야의 개혁.개방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협동농장의 결산분배 단위는 과거 100명 규모의 작업반에서 10명 단위의 분조(2~3가구로 구성)로 축소됐다. 당국자는 "단위가 클수록 개별 분배 몫이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규모를 줄이면 주민들의 노력을 더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자본주의 시장경제 학습을 위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일본.동남아 등을 다녀가거나 중국.베트남의 경제개혁 사례를 배우려 해외연수를 경험한 북한의 학자.관료는 300명에 이른다. 1990년대 수십명에 불과했던 데서 급증세를 보였다.

물론 부작용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상품공급 부족과 인플레 심화가 가장 큰 문제다. 3000원(20달러 상당)의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너도나도 장사에 나서 월 1만원 수준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 부족과 원자재난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일부 설충 경제과학담당관은 "경제부문에서는 실리중심의 변화과정이 눈에 띈다"며 "이런 개혁이 사회문화 분야는 물론 중장기적으론 정치.군사분야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