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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지원이후 태국·인도네시아]3.경제주권 상실한 태국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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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본격개입 이후 태국정부 역시 초강도의 긴축정책을 펴느라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태국정부가 IMF에서 제시한 지원조건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자 권위주의 정권의 그늘 아래 무사안일을 즐겼던 공무원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최근 퇴직한 경제부처의 고위공무원은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주요부처의 고위공무원 가운데 자신들의 잘못으로 경제를 무너뜨렸다는 자책감 때문에 퇴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새로 들어선 추안 릭파이 정권은 올해 국내총생산 (GDP) 의 1.6% 수준인 재정적자를 내년에 1% 수준의 흑자로 돌려 놓아야 한다는 지원조건을 실행하기 위해 지난 8월 이후 세 차례나 예산안을 삭감했다.

그 결과 98년 예산은 당초보다 1천2백30억바트 (약 3조5천억원) 줄어든 8천억바트 (약 22조9천억원) 로 책정됐다.

세수증대를 위해 술.담배등 10개 사치성 품목의 물품세를 인상하고 향수.화장품.자동차등 11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렸다.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회간접자본 건설등 각종 대형 국책사업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2007년까지 건설될 예정이던 총투자규모 6백80억바트의 방콕 제2국제공항 건설계획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방콕아시안게임 유치도 불투명해졌다고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신정부의 의지에 따라 공무원 실직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지난 10월말 수산청은 촉탁직 공무원 1백명을 해고했으며 노동부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국제협력과를 폐지해 버렸다.

또 공무원평의회는 경제난 해결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중앙공무원의 지방전배를 결의했다.

내무부는 상여금 지급중지를, 운수통상부 산하의 방콕버스공사는 향후 2년간 1천명을 해고계획을 발표했다.

장.차관급들의 월급을 대폭 깎는 방안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부는 아직 정부조직 축소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내년부터 2~3년간 중앙부처 공무원및 산하단체 준 (準) 공무원수가 현재보다 최소한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IMF가 금융정책의 근본적인 수술을 요구해 옴에 따라 금융당국은 부실 금융기관 대수술에 나서고 있다.

태국정부는 지난 8월 91개 금융기관중 58개 부실 금융회사의 영업을 중지시켰으며 오는 7일 IMF가 제시한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들을 모두 폐업시킬 방침이다.

방콕 타임스가 IMF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부실 금융기관 처리방침' 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위험대출 비율이 15%를 넘는 금융기관 가운데 정부의 인정을 받은 우량 금융기관과의 통합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는 곳은 모두 폐업조치를 당하게 된다.

부실 금융기관 처리뿐만 아니라 태국정부는 올해 7% 수준인 물가상승률을 99년까지 4.6%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하며 연 17~19%인 은행간 금리를 내년 2~3%포인트 낮추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2백30억달러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를 괴롭히는 것은 초긴축 경제운용에 따라 발생하는 대량 실업문제다.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부실 금융기관 처리뿐만 아니라 태국정부는 올해 7% 수준인 물가상승률을 99년까지 4.6%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하며 연 17~19%인 은행간금리를 내년 2~3%포인트 낮추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2백30억달러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를 괴롭히는 것은 초긴축 경제운용에 따라 발생하는 대량 실업문제다.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실업자수는 1백만명에 이르며 내년에는 1백13만명이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노동부 산하에 해고인원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구인전문센터 운영▶지방노동국을 통한 일자리 알선▶이웃국가와의 인력교류를 통한 노동력 수출등 갖가지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신정부는 도시실업자들의 농업취업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까지 발표했으나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IMF의 간섭 이후 태국에서는 공무원 부정부패가 줄고 대 (對) 국민 서비스정신이 크게 향상되는등 바람직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 태국현지법인의 최종윤 (崔鍾允) 법인장은 "최근 몇 달새 수출입관련 공무원들의 뇌물수수가 자취를 감췄고 외국인기업들에 통관우선권을 부여하는등 공무원들의 업무자세가 놀랄 만큼 개선되고 있다" 고 전했다.

방콕 =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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