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해외전문가 시각(11)…"경제정책 수정 단연" 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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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태국.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 지원이 잇따라 이뤄지며 IMF 처방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권위있는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IMF의 처방이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의 경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어 IMF의 지원조건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적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IMF의 기능은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의 경제가 국제적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지원자금의 중개를 원활하게 하고 해당 국가의 경제가 살아나는데 필요한 경제적 조건을 분명히 설정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고 최근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달 29일 최근 경제전문가중 소수 의견이지만 IMF의 처방이 해당국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인용한 'IMF 처방 반대론자' 들은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 로렌스 키머린 경제정책연구소 (EPI) 연구위원, 배리 보스워스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위원, MIT대의 로버트 솔로 교수등이다.

이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중남미나 옛소련과 달리 비교적 건전한 재정과 높은 국내 저축률을 유지해온 '고성장 국가' 들임에도 불구하고 ▶중남미.동구 국가들만 주로 상대해온 IMF가 재정.통화긴축이나 세율 인상, 성장률 하향조정등의 처방 외에는 달리 제시할 대안이 없어 ▶일시적 금융위기에 처한 동남아 국가들을 오히려 더 깊은 불황으로 빠뜨릴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중 가장 앞장서 IMF 비난론을 펴고 있는 인사는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 그는 약 2주전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만일 IMF가 태국.인도네시아등에 예산삭감.금리인상등의 처방을 내린다면 단순한 통화위기가 심각한 불황으로 이어지고 말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말 워싱턴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 (ADB) 창립기념 세미나에 참석, "최근의 동남아 통화위기는 경제정책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 국제 금융자본의 대규모 이동 때문" 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로렌스 키머린 EPI 연구위원은 "미국은 IMF가 동남아 국가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고 주장했으며, 로버트 솔로 MIT 교수도 "동남아 국가들은 방만하게 재정을 펴온 경우가 아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 의견은 IMF의 처방을 지지하는 쪽이다.

이들은 ▶현재 동남아 통화위기의 근본원인은 역시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며 ▶따라서 건전한 금융체제, 새로운 회계기준, 새 금융기법등을 갖추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으로 요약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은 1일 IMF와 한국의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에는 미.일.ADB등과의 융자교섭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정부와 IMF의 조건 합의와 관련, "외국 금융기관들이 이번 지원조건을 충분한 것으로 보고 한국에 대한 대출을 재개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고 보도했다.

만약 한국에 대한 IMF 지원조건이 외국 금융기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국은 6개월내에 다시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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