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지난 건물 리모델링 허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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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요즘처럼 경기가 침체된 때에는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기보다 리모델링하는 게 건물주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며 전체 건설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서울은 어떨까. 2001년 리모델링 제도가 도입된 뒤 지금까지 시행된 리모델링 공사는 349건으로 전체 건설 물량의 0.7%에 불과하다.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하는 게 건물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데다 20년 이상 되지 않은 건물은 리모델링을 할 수 없는 등 관련 법 규정이 엄격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서울시내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이 쉬워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8일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건축법 등을 개정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리모델링할 수 있는 건축물의 대상이 건축된 지 20년 이상에서 15년 이상으로 완화되고, 건물 연면적의 10%까지 증축이 가능하던 것이 30%로 늘어난다.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도 현재는 층수를 높이는 게 허용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층수 변경이 허용되고, 계단과 승강기 등만 추가 설치할 수 있었던 것에서 증축 용도에 제한이 없어진다. 건물주에게 부담이던 ‘주차장 추가 설치’ 조항도 바뀌어 설치가 면제되거나 완화된다.

서울시의 방안대로 법령이 바뀌면 서울시내 일반 건축물 57만3338채 중 단독주택과 20가구 미만의 아파트·연립주택을 포함한 45만3309채(79%)가 리모델링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아파트와 20가구 이상의 연립주택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리모델링 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커지면 건설경기가 살아나 전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건축한 지 15년 이상 된 6층 이상의 일반 건물 5000채 중 5%만 리모델링하더라도 생산 유발 효과가 1조8000억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1만65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리모델링할 때 건물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면 연리 3%, 8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10억원까지 융자해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건물당 5억원이 한도였다. 단열·냉난방·조명시설 등을 바꿀 때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건물 에너지 합리화 사업과 연계하는 것이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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