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영래 변호사 부인 이옥경씨 내일신문 첫 여성 편집국장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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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일신문이 일간지로 바뀐 지 3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일간지 시장의 정착과 경영의 안정이 그동안의 최우선 목표였다면 이제부터의 목표는 차별성의 강화입니다. 정치.경제 전문일간지인 만큼 종합일간지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어야지요."

이옥경(56) 내일신문 편집위원 겸 시사 여성주간지 미즈엔 대표가 7월 1일자로 내일신문(대표 장명국) 편집국장에 임명된다. 국내 일간지 가운데 네번째 여성 편집국장이다.

일간신문 일선 기자나 데스크 경험이 없는 이씨의 편집국장 내정은 파격적인 발탁 인사로 꼽힌다.

"정통 언론인 코스를 밟지 않아 경험과 인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고사했어요. 그런데 경영진은 저의 단점을 장점으로 본 것 같습니다. 참신한 시각이 내일신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유해 결국 받아들였습니다." 이씨는 "1년만 하겠다고 했다"면서 "여성도 편집국장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편집국장이 되더라도 사별한 남편(고 조영래 변호사)이 초대 이사를 지낸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직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이씨는 1971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노동조건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남편 조 변호사를 만난 것도 이 무렵이다. 이씨가 전태일 분신 사건에 관해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고 당시 서울대 법대에 다니던 조씨가 연락을 해와 자주 만나게 됐던 것이다.

조씨는 '민청학련 사건'등 시국 사건에 연루돼 투옥과 도피 생활을 거듭했고, 이씨는 모교의 영상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조씨를 뒷바라지했다. 두 사람은 80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조씨가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는 동안 이씨는 여성민우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여성 운동에 앞장섰다.

이씨는 90년 조씨가 별세한 뒤에도 여성 운동을 계속하다 95년 내일신문에 합류했으며, 97년부터 3년간 뉴욕 특파원을 지냈다. 두 아들을 두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의 이미경 의원이 그의 여동생이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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