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 위원장 한나라당 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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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29일 한달 가까이 끌어온 국회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한 것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원 구성도 못한 국회가 감사원과의 중복조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김선일씨 피랍 국정조사'를 합의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그들을 압박했다. 이라크 추가 파병, 경제난 등 산적한 현안에 '휴업 국회'라는 지적도 많았다.

◇명분과 실리 나눠 가져=3대 핵심 상임위는 법사.운영.문광위다. 열린우리당은 이중 법사위원장 자리를 한나라당에 양보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돼 올라온 법안들을 사실상 재심의하는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데다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월척을 낚은 셈이다. 실제 이날 오전 열린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한명숙 의원 등은 "법사위를 양보하면 어떡하냐"고 협상 주인공인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대신 열린우리당은 국회 회의일정을 확정하는 운영위, 언론개혁 입법을 추진할 문광위, 예산.결산을 심사하는 예결특위 등 주요 상임위의 위원장을 모두 챙겼다. 실리추구형인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원장을 한나라당에 양보한 대신 야당 몫으로 알려졌던 행자위원장을 얻었고 법사.운영.재경.문광.교육위의 상임위원수를 홀수로 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은 다음달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이 문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반드시 관철'을 독려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문구의 해석을 놓고 양당의 입장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수석 원내부대표는 "이 문제는 15일 (다수결로)표결키로 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정치적으로 예결특위를 사실상 상임위화해 주기로 합의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에선 19개 상임위.특위 모두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나눠 갖기로 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 소수파의 반발이 예상된다.

◇상임위원장 누가 맡나=상임위.특위 위원장의 배분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양당은 위원장 선출을 위한 후속절차에 들어갔다.

양당은 전문성과 다선의원을 기준으로 조만간 위원장 후보를 내정할 방침이다.

운영위원장은 관례대로 천정배 원내대표가 맡는다. 통외통위원장엔 임채정 의원이 유력하다. 국방위원장엔 유재건, 문화관광위원장엔 김원웅, 정보위원장엔 문희상 의원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초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장 후보를 선출할 방침이다. 법사위원장 후보로는 최연희 의원이 거론된다. 재경위원장 후보엔 박종근 의원, 산자위원장엔 맹형규 의원이 거론된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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