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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엄습]下.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대책(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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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지금까지 적도나 동태평양 연안국가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가뭄.홍수등의 기상이변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엘니뇨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지난 8월 백중사리로 인한 서해안 침수▶이상진로를 따라 내습한 지난 9월의 제19호 태풍 올리와▶예년보다 독성이 강했던 남해안의 적조현상▶북한지역의 이상고온과 가뭄등으로 볼 때 이번 엘니뇨로 적지않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청은 지난 24일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겨울은 전반적인 고온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습한파가 수시로 닥치겠고 4~5차례 폭설도 나타날 것" 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기상청이 개최한 워크숍에서 서울대 강인식 (康仁植.대기과학과) 교수는 "한반도의 경우 엘니뇨가 일어난 해에는 강수량이 다소 증가하고 태풍의 발생위치와 강도도 평년과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엘니뇨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데 있다.

직접적이고 상습적인 피해를 보는 적도지역과는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은 엘니뇨가 발생한 해의 장마기간.강수.겨울기온등 기상상황이 일정한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엘니뇨가 처음 발생한 이듬해에 '이상기후' 가 관찰된다는 것. 86~87년 엘니뇨 때에는 87년 심한 봄 가뭄에 이어 7월 이후에는 호우가 쏟아졌다.

93~94년 엘니뇨의 경우 94년 여름 국내 전체 논의 10%인 11만㏊, 저수지의 30% 이상이 말라버렸다.

무더위에 폐사한 가축도 50만마리가 넘었다.

◇ 정부 대책 = 이번 엘니뇨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농림부다.

농림부 관계자는 "엘니뇨가 시작된 이듬해에는 봄 가뭄.여름 저온.잦은 비등으로 작황이 나쁘거나 평년작 수준이었다" 며 "농림부는 6월부터 대책반을 가동해 엘니뇨가 영농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저수지 물 채우기.간이보 (堡) 설치등 가뭄대책과 함께 냉해와 병충해에 강한 품종선택을 권장하는등 여름 저온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1일 내무부 방재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엘니뇨 종합대책실무위원회' 를 구성했다.

기상청에는 '엘니뇨대책반' 을 설치운영하고 관련부처별로도 대책반을 운영키로 했다.

정부는 다음달초 종합대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정부의 단기 대책을 보면▶98년 봄철 가뭄에 대비한 용수확보및 절수운동.산불예방▶이상폭설.가뭄.홍수 대비▶세계적 곡물생산량 감소에 따른 국내 곡물및 수산물 수급대책▶엘니뇨 관련 조사.연구.정보수집등이다.

조원철 (趙元喆.연세대교수) 국립방재연구소장등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를 계기로 우리의 기상예보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선진 외국과의 정보교류를 통해 기후분석과 예측기술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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