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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치앞 못내다본 금융시장 안정대책…우려했던 부작용 현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정부의 금융시장 대책이 그야말로 '땜질식' 이다.

특히 부실 종합금융사에 대한 섣부른 대책은 당초 기대와 달리 금융권 전반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대책과 그에 따른 '추가 부작용' 이 속속 나오고 있다.

◇ 8개 종금사 외환영업양도 = 재정경제원은 외환수급에 문제가 있는 종금사로부터 외환업무만 떼내면 원화는 제대로 굴러갈 것으로 봤다.

그러나 다음날 (26일) 부터 외화는 물론 원화자금 공급도 뚝 끊겼다.

예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어음관리계좌 (CMA) 의 감소액이 1조원을 훨씬 넘었다.

결국 후속대책으로 정부가 종금사에서 단순중개한 무보증기업어음 (CP).발행어음.CMA에까지 지급보증을 서 줘야 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종금사들은 아예 자금조달에 나서지도 않는다.

심지어 일부는 원화라도 챙기자는 계산에서 보유달러를 팔아치우고 있다.

26, 27일 환율이 반짝 안정세를 보인 것은 이들이 달러화 매입을 포기했기 때문인데도 정부는 '신속한 조치에 따른 안정효과' 로 받아들였다.

D종금 국제부 관계자는 "외환영업은 어차피 넘기기로 돼 있고 그때까지 당국이 지원해줄 것이 분명한데 애써 외환부족을 막을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얼마 남지 않은 보유외환을 써가며 대신 나서고 있다.

떠안는 은행도 부담이 크다.

국제결제은행 (BIS) 의 자기자본 지도비율 8%를 맞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종금사 한 곳의 외화자산.부채를 인수할 경우 BIS 비율이 0.3~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BIS 비율이 하락하면 이번에는 은행의 국제영업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럴 바엔 차라리 영업을 정지시키고 종금사 스스로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비용이 덜 먹힌다는 지적도 있다.

조치대상에서 제외된 한 종금사 임원은 "영업양도보다 차라리 영업정지 조치가 은행권 부담을 줄이고 보유외환 소모도 막을 수 있었을 것" 이라며 "정리의 실익 (實益) 이 없다" 고 말했다.

◇ 정부보증및 자금지원 = 은행장들이 종금사에 콜자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결의했으나 돈이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매일매일 금융기관간에 자금이 남고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주는 콜에는 정부보증이 안 붙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종금사에 콜자금을 빌려주면서 정부가 지급보증한 어음을 담보로 잡고 나섰다.

겉으로는 은행이 종금사의 어음을 하룻동안만 사주는 식이지만 실제로는 개별교섭을 거쳐 이뤄지는 장외 (場外) 콜거래다.

금리도 장내 콜금리보다 1~2%포인트 더 높다.

이때문에 공식집계되는 장내 콜금리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종금사들의 콜금리 부담은 전혀 가벼워지지 않고 있다.

한은은 하루 콜거래액 (20조원) 의 25%인 5조원이 이같이 직거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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