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광란’ 잠재운 한스브러, NBA선 ‘통할까’ 시큰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올해 ‘3월의 광란’(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 우승 주역 타일러 한스브러(2m6㎝·노스캐롤라이나대)는 이 학교의 전설적인 졸업생인 마이클 조던에 견줄 만한 영웅이다. 7일(한국시간) 열린 결승에서 그는 18득점에 7리바운드와 4어시스트를 더하면서 팀에 사상 다섯 번째 우승을 안겼다.

그는 신입생이던 2006년 평균 18.9득점에 7.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대학 4년 내내 노스캐롤라이나와 듀크, 웨이크 포리스트 등이 소속된 명문 리그 ACC의 베스트 5에 들었다. 지난해엔 미국 대학농구 MVP를 받았다.

2007년, 라이벌 듀크대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팔꿈치에 맞아 코가 부러졌으면서도 3월의 광란에 출전하는 불꽃같은 투혼도 보였다. 그의 대학 4년간 기록은 평균 20.3득점, 8.6리바운드, 자유투율 79%, 야투율 54%, 3점슛률 35%다. 환상적인 기록이다. 농구 최고 명문 대학인 노스캐롤라이나 역사상 역대 최다 득점(2789)과 최다 리바운드(1177) 기록도 그가 가지고 있다. 이 대학은 마이클 조던의 23번처럼 한스브러의 등번호 50번을 영구 결번시킬 계획이다.

3학년을 마친 지난해 NBA에 진출했어도 그의 유니폼은 영구 결번될 만했다. 그러나 우승을 위해 그는 1년을 기다렸고 결국 꿈을 이뤘다. 그런데 이제 NBA 진출을 앞둔 그에 대한 평가는 ‘글쎄’다. 1순위는커녕, 1라운드 지명(30명)도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인 ESPN의 NBA 드래프트 분석가 채드 포드는 “한스브러는 전체 25번에서 35번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BA 스카우트들은 한스브러의 실력이 과대평가됐다고 본다. 대학 때는 조직력과 투지가 통하지만 프로에 가서는 자신보다 훨씬 운동 능력이 좋은 괴물들과 맞서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한스브러의 기록이 좋긴 해도 정말 좋은 기록을 낼 만한 선수들은 2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가버렸다. 백인이 주류인 미국 미디어에서 한스브러에게 실력에 비해 많은 상을 줬다는 말도 나돈다.

백인 디스카운트도 있다. ‘White man can’t jump’(백인은 점프를 할 수 없다)라는 농구 영화가 있다. 백인은 흑인만큼 농구를 못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영화다.

크리스천 래트너는 듀크대 시절인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드림팀’에 선발되는 등 화려한 기록을 남겼지만 92년 NBA에 가서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그는 백인 빅맨의 가치를 끌어내렸다. 백인 팬들은 지난해 전체 5순위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간 백인 센터 케빈 러브에게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였다. 국내 프로농구 모비스의 이동훈 기획팀장은 “외국인 선수들을 써 본 결과 아무래도 백인 선수들은 탄력과 하체가 약해 효용이 적다”고 말했다.

NBA에서 백인 선수를 찾아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 바람에 NBA에서 백인 팬들도 떠나고 있다고 한다. NBA 챔피언결정전 시청률이 3월의 광란 결승전 시청률보다 낮은 것도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