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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확산되는 이란 보수·진보갈등…시험대 오른 이란 민주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란내 보수.진보세력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란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두세력간의 상호 비난시위가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수파인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58) 는 26일 체제개혁 요구의 선봉장인 진보파 성직자 아야톨라 호세인 몬타제리 (75) 를 반역죄로 기소하라고 법원에 명령했다.

하메네이는 국영TV 연설에서 "몬타제리가 나의 통치권을 문제삼은 것은 엄연한 반역행위로 회교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 이라고 역설했다.

하메네이의 명령에 고무된 보수파 회교 민병대원들은 이날 전국적으로 무려 5백여만명이 몬타제리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진보파는 이날 보수파의 기세에 일단 눌리는 모습이었다.

최근 이란내 보수.진보세력간 대립은 몬타제리가 이달초 이란 회교통치체제의 상징인 하메네이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민주적 정치발전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최고 종교지도자가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면서 "통치는 안되며 감독에 만족하라" 고 주문했다.

몬타제리는 한때 이란 회교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후계자로 지명될 정도로 힘있는 고위 성직자였으나 89년 하메네이 주도의 강경 보수파에 의해 권부에서 축출돼 가택연금에 처해 있는 인물. 몬타제리의 발언은 학생.지식층등 진보세력의 불만을 대변한 계산된 도전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진보세력은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업고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하타미 정권은 이제껏 이렇다할 개혁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와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의 견제가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는 회교 신정 (神政) 을 이유로 사실상 정부위에 군림하면서 군.사법부.언론등 모든 국가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충돌은 진보세력의 패배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진보세력은 물리적인 힘에서 아직 절대 열세이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의 희망인 하타미 대통령조차 당장은 두세력의 화합을 촉구하고 있을 정도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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