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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바른선택]국민신당 이인제후보 집중인터뷰(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 대통령후보는 한때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후보를 제치고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를 위협했다.

李후보는 스스로 고전하고 있다고 전제, 그러나 금융위기등 돌발변수가 깔린 상황을 유효 적절하게 활용해 다시 비상하겠다고 자신했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젊은층의 염증등을 업고 도전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인제후보를 정치부 김현일 (金玄鎰) 부장등 본지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전문기자들이 두시간여 만나봤다.

그는 "신에 맹세코, 중도사퇴하지 않겠다" 고 역설했다.

- 선거가 20여일 남았는데 자신 있습니까.

"최후의 승리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자신합니다. "

- 최근 여론조사에서 초반의 거센 지지도가 하락세인데 만회할 비책이라도….

"오히려 조직이 순수한 마음으로 단결하게 됐고 스스로도 경선 출마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국민의 마음에 잠재돼 있는 변화의 열망을 움직이면 순식간에 승기를 잡을 것으로 봅니다.

국가를 부도상태로까지 몰고 온 낡은 정부와 병든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누구나 가지고 있어요.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지피겠습니다. "

- '젊은 후보' 라는 표현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신뢰감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대변화의 시대로 빠른 판단력과 두려움 없는 결단, 행동하는 추진력이 미덕입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면 상황의 변화에 떠밀려 낙오하고 말지요. 대통령의 역할은 혼자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집단에 큰 방향과 일할 분위기, 목표와 가치등 큰 테두리를 부여하는 겁니다. "

- 한나라당 이회창후보나 국민회의 김대중후보 모두 나름의 고정 지지표가 있는데요.

"저는 기존정치의 여야구분과 지역구분을 부정하고 나온 사람입니다.

기존질서를 타파하고 국민정치시대를 열어갈 겁니다.

기존 질서 속에서의 재편이 아니라 아주 차원을 바꾸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치명예혁명이라는 표현을 쓰는 겁니다.

기존의 여야 개념에서 지지계층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

- 급조된 국민신당의 수권능력을 염려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권능력에 관한 한 기존정당은 할 말이 없습니다.

정권을 맡아 다 망쳐 놓았잖아요. 갈등의 확대 재생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만 연출해왔지요. "

- 조직.자금등에서 상대적 열세인데요.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지 않을테니 상관없어요. 애초부터 금전동원이나 흑색선전, 세 (勢) 과시등에 나설 생각은 없었습니다.

맨주먹으로 시작했고 다른 방법으로 할 겁니다.

국민이 주인이니 국민의 마음에 의해 대통령이 뽑힌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

- 경제분야에서 다른 후보를 능가한다고 보십니까.

"경제를 아는 대통령이 아니라 경제를 풀어나가는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문제는 경제주체에게 자유로운 경제공간을 누가 만들어 주느냐에 있습니다.

규제와 간섭을 없애고 기업인에게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 주겠습니다.

기업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경제대통령입니다. "

- 당장 눈앞에 닥친 힘들고 특수한 위기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 (IMF) 은 정부의 재정운용에 제한을 가하고 금융개혁및 구조조정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재정지출 축소로 인한 소외계층의 복지문제나 급격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등이 예상됩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인 만큼 일자리를 늘리는등의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합니다.

국민들도 애국심을 발휘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해외여행, 마구잡이 해외유학을 자제하는 등의 행동이 뒷받침돼야 경제는 다시 살아납니다.

때문에 다음 대통령은 애국심에 불을 댕길 수 있는 도덕적인 힘을 가져야 합니다. "

-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합병이든 금융지원이든 신속하게 결정했어야 했지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을 뵈었을 때도 '관료들을 믿으면 백년이 가도 해결이 안되니 1주일 안에 해결하도록 특명을 내리시라' 고 말씀드렸어요. 회장이 사표를 내려하지 않았다면 설득해서라도 사표를 내게 만들었어야 했지만 모두들 머뭇거리며 석달을 끌었지요. 기아문제는 은행과 다른 산업분야의 기업, 국가의 대외신용도까지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무분별한 간섭이 아니라 국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지요. "

- 공무원 감축을 주장했는데요.

"누군가는 국가대혁신 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이대로는 21세기로 갈 수 없습니다.

난파하고 맙니다.

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고 민간부문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습니까. 경찰.교원.소방공무원등을 제외한 순수 행정공무원 20만명의 3분의1은 줄여야 합니다.

공무원 감축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며 동시에 규제와 간섭도 줄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

- 경제위기까지 겹쳤는데 개혁작업이 가능할까요.

"구제금융 신청은 경제전쟁에서 이미 일부분 항복해 경제주권을 넘겨줬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해야 하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새로 설정해 조직을 재구성하고 인력을 재배치해 남는 인력은 민간으로 이양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정년을 보장해 자연감축시키면 되지요. 자리를 없애는 겁니다."

- 대학정원을 활짝 열겠다고 했는데요.

"빠른 속도로 대학에 선발과 정원등에 관한 최대한의 자율권을 줄 겁니다.

그러면서 대학간 경쟁을 유도해야지요. 세계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중앙집권식으로는 안됩니다.

특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지원할 것입니다."

- 유예됐던 정리해고제가 내후년부터 시행됩니다.

"1천명이 타고 가는 배에 1천1백명이 타면 다같이 가라앉습니다. 1백명은 새로 배를 만들어 타고 가야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평생고용에 익숙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능력으로 고용기회를 획득해가는 적극적인 직업안정이 필요합니다.

직장 안에서의 안정이 아닌 자기능력이 발휘되는 직업에서의 안정이라는 개념으로 나가야 하는 거지요. 동시에 정부는 방출되는 인력을 계속 흡수하는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고급 여성인력 활용방안으로 여성고용 인센티브제 (유인) 를 주장한 바 있는데요.

"공공부문에는 여성고용 할당제를, 민간부문에는 여성채용 인센티브제를 적극 추진할 방침입니다.

할당제는 오랫동안 누적돼온 남녀불평등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지만 민간부문에 도입하면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내포하게 되지요. 채용만 아니라 승진.배치등에 있어서의 남녀차별을 해소하면서도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할당제가 아닌 인센티브제 도입을 유도하겠습니다."

- '2단계 평화통일 추진방안' 을 공약했는데요.

"1단계는 남북한 화해.협력과 북한개방이며, 2단계는 남북한 평화통일입니다.

두 단계를 설정한 것은 통일을 위해 남북한 평화공존이 반드시 필요하고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개혁방안으로 나아가야 하며 다시 이를 위해선 남북한 화해.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논리에서 출발합니다.

북한 개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북한으로 하여금 문호를 개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입장은 무엇입니까.

"조건없는 정상회담입니다.일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그 자체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나아가 평화통일을 향한 중대한 전진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가지 특정 의제를 상정하고 있지요. 대표적 사안이 남북기본합의서 실천으로 정치적 화해를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남북한 군비통제. 교류협력입니다."

- 일본 문화상품에 대한 시장개방 문제는.

"당연히 개방해야 합니다.

어차피 유선방송으로 사무라이영화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크게 생각해야 합니다."

- 일부 진영에서 득표에 급급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극복해줘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 고정간첩 고영복 사건을 어떻게 봅니까.

"요즘 반공의식이 해이해져 지식인들이 북한의 마수에 넘어가 통일이 되면 다 이해되겠지라는 생각도 일부 하는데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 지방자치는 확대돼야 합니까.

"우리의 경우 지방자치영역에는 지방도로의 유지. 관리. 건설이나 쓰레기등 아주 미미한 역할만이 포함됐을 뿐입니다. 지방화 없이는 세계화는 물론 국가경쟁력의 향상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집권하면 지방자치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것입니다. 지방의회 체제도 기초의원중 일부를 광역으로 파견하는등의 방법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공무원의 잘못으로 인한 예산낭비등에 책임을 부과할 의향은 있습니까.

"정책결정실명제를 도입할 것입니다. 정책결정이 누구의 책임아래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해 문제가 생기면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한보. 기아사태로 국가경제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통합방송법이 3년째 표류하는 가운데 무궁화위성은 하루 6천여만원씩 공돈을 허공에 뿌리고 있습니다.

"외국의 위성채널이 국경을 파괴하는등 전파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위성방송 실시의 핵심인 통합방송법 제정을 당리당략과 눈치보기로 2년 넘게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둘러싼 찬반 논란 때문이지요. 위성방송 참여는 대기업. 언론사의 참여와 상관없이 공정한 시장경쟁구조 원리에 의해 이뤄져야 합니다. 막대한 투자재원과 노하우 축적등 상당기간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해외방송과 경쟁해야 하는 위성방송 사업의 특성상 참여에 대한 규제보다 자율경쟁기조가 정착돼야 합니다."

정리 =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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