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바른선택]청와대 가는길…김대중후보 등록 출사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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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대중 (金大中)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일산 자택으로 찾아온 조지 스테파노폴러스 전백악관 대변인과의 면담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스테파노폴러스는 친필 서명이 들어 있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저서 '희망과 역사의 가운데에서' 를 전달했다.

책에는 '희망의 힘을 이용해 한국 역사를 만들어온 인물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입니다.

김대중 총재에게 행운과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오전9시30분 김종필 (金鍾泌) 선거대책회의 의장.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와 나란히 출마회견을 가졌다.

네번째 출사표를 던지는 金후보의 표정은 희망과 불안, 기대와 우려가 복합된 것이었다.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등 회견문 작성팀은 金후보의 위기관리능력, 경제.외교통으로서의 경륜을 강조해 문안을 작성했다.

이 팀의 현실인식은 "최근의 금융위기가 선거전의 지역주의 양상을 타개하고 정책대결로 가도록 만들고 있다" 는 것. 금융위기를 경제체질 개선과 정권교체를 위한 '신풍 (神風)' 에 비유하고 있다.

金후보도 회견에서 "집권 1년반 이내에 반드시 구제금융국의 치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력하지만 40년 정치인생 동안 쌓아온 경륜과 식견, 그리고 미국.일본등 해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인 (知人) 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金후보만이 국제경쟁력 있는 유일 후보' 를 강조하려는 선거대책본부 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金후보는 특히 "우리 경제의 파산 이유는 인재 (人災)" 라며 자신이 이달초 IMF 구제금융 신청을 촉구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때 정부는 물론 여당 후보도 이를 반대, 사태를 악화시켰다" 고 지적했다.

그는 IMF 구제금융을 받는 기간중 금융실명제 실시유보를 주장해 한발 앞선 자세를 보였다.

그는 "우리 경제는 구제금융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당분간 긴축과 대량실업.임금동결등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며 국민에게 내핍과 고통 감수를 촉구했다.

배석했던 朴총재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이날 낮 미국.프랑스.영국등 IMF 이사국 대사 면담계획과 다음주 일본출장계획을 밝혀 분위기를 돋웠다.

김현종.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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