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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부도 도미노'…'IMF지원'후 추가 여신 거의 끊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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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기업 부도러시가 국제통화기금 (IMF) 자금지원 요청을 전후해 중견기업들로 확산되면서 재계가 '부도 도미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일 태일정밀.뉴맥스, 19일엔 중원.핵심텔레텍이 쓰러졌고 21일 IMF자금 요청후엔 동성철강.수산중공업.온누리여행사.금경이 잇따라 부도를 내거나 화의신청을 하는등 이달 들어서만 이미 10개 중견 상장기업이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한보 부도.기아 부도유예협정등 대기업의 연쇄 부실사태가 중견기업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한.고려.한길등 금주내 외환업무를 은행에 양도해야 하는 종금사들이 일제히 대출금 회수에 나서기로 해 또 한차례 연쇄부도 고비를 맞을 것같다.

종금사들은 콜시장에서 은행신탁계정으로부터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자 당초 여신회수를 자제하겠다는 종금사 사장단의 결의와 달리 기업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고 만기에 즉시 회수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경영사정이 괜찮은데도 일시적 자금난에 몰려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된다.

25일 밤 수원지법에 수산중공업.수산정밀.수산특장등 3개 계열사의 화의신청을 한 수산그룹도 올 5월이후 지금까지 제2금융권으로부터 6백억원 규모의 대출을 회수당한데다 주거래은행의 추가지원 난색으로 좌초했다.

이와관련, 재계는 27일 정해주 (鄭海주) 통상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30대 그룹 기조실장 회의' 를 갖고 기업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모든 기업 (등록법인) 의 금융기관 만기 차입금 상환을 향후 6개월간 유예 (이자만 상환) 시켜줄 것등 긴급 대책을 요청키로 했다.

기조실장들은 또 금융기관들이 일시에 경쟁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기관간 협조융자체제 구축도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26일 중소제조업체 1천3백8개를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3분기중 자금사정이 나빴다는 업체가 63.3%였으며 자금사정이 좋았다는 업체는 6.3%에 그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내부자료에서 IMF 개입시 부실채권 정리과정에서의 자금조달 경색등 경영애로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아 IMF가 강도높은 부실채권 정리와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촉구하면 부도기업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도 중소기업 의무대출 제도등 지원책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기업이 쓰러지면 협력업체등의 연쇄도산이 속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윤희·이영렬·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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