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총리관저 명물 고양이 "블레어부인이 죽였다" 소문에 곤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영국 총리관저를 지키다 건강이 나빠져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던 '총리고양이' 험프리 (본지 11월15일자 보도)가 이미 죽었으며, 토니 블레어 총리 부인 셰리가 이를 지시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영국 총리실이 곤경에 처했다.

총리실은 24일 이같은 소문을 부인하고 험프리는 현재 런던 남쪽 교외에 사는 한 공무원 부부가 보살피고 있다고 해명하는 한편 사진기자들에게 이를 공개했다.

총리실의 이같은 조치는 험프리가 평소 고양이를 싫어하는 셰리의 명령으로 죽임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져 고양이 애호가들로부터 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리는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 지난 5월 블레어총리 가족이 관저에 입주하면서 험프리가 쫓겨날 것인지 관심을 끌었으나 블레어 총리의 설득 끝에 셰리가 '양해' 함으로써 험프리는 총리관저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험프리의 건강이 나빠져 다우닝가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셰리가 험프리를 죽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험프리사건은 벌써 정치적 스캔들로 발전하고 있다.

보수당 중진 (重鎭) 인 앨런 클라크 의원은 24일 하원에서 험프리의 생존 여부를 물으면서 아직 살아있다면 험프리가 어디 살고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영국 언론은 총리실이 험프리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사는 곳을 비밀에 부치고 사진기자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한 것을 들어 험프리가 가짜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