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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IIC 비엔날레' 첨단과학과 예술의 대화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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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거대도시 도쿄의 새 중심지 신주쿠 (新宿) .도쿄 도청사등 높이 2백m가 넘는 즐비한 고층빌딩 숲을 헤치고 54층 오피스빌딩인 오페라 시티 타워에 들어서면, 신개념의 미술관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일본 통신회사 NTT가 운영하는 ICC (Intercommunic ation Center) 이다.

8년여의 준비작업 끝에 지난 4월 문을 연 이 미술관은 NTT가 통신서비스 개시 1백주년을 기념해 '21세기 미술관' 을 표방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점점 거리를 좁혀가는 첨단과학과 예술 사이의 대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지금 미술관 설립 목적을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97 ICC비엔날레' 가 열리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이 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등 세계의 다른 유명 비엔날레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기보다 철저하게 과학과 예술의 소통을 보여주는 테크놀로지 아트만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디스커뮤니케이션' 이라는 주제의 이번 비엔날레에는 한국의 홍성민을 비롯해 미국의 짐 캠블.슈 리 쳉, 캐나다의 루크 쿠르쉔느, 일본의 아키츠그 마에바야시등 모두 9명이 참가하고 있다.

각국의 전문가들로부터 1년전에 41명의 작가를 추천받아 이를 토대로 다시 뉴욕 근대미술관 (MoMA) 큐레이터 바바라 런던과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작가 제프리 쇼등 심사위원들이 상금 5백만엔의 그랑프리 1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컴퓨터는 물론 쌍방향형 모니터, 거리를 빛으로 전환하는 기계장치등 첨단과학을 이용한 기발한 작품 하나하나는 전시라기보다 마치 놀이공원에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이 가운데 특히 관람객들의 흥미를 끄는 작품은 그랑프리를 받은 루크 쿠르쉔느의 '풍경 하나' 와 2명의 우수상 수상작가의 한사람인 아키츠그 마에바야시의 '시청각화할 수 있는 거리 (Audible Distance)' 이다.

'풍경 하나' 는 3면의 대형 스크린이 비치는 풍경 속의 인물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작업이다.

예를 들어 뛰어놀고 있는 개에게 컴퓨터를 통해 "막대를 주워오라" 고 시키면 개를 얼른 뛰어가 막대를 물어 명령자에게 다가온다.

현실 속의 내가 비현실 속의 상황과 아무 불편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3명이 특수기계 장치를 입고 한방에 들어가서 직접 작품에 참여하는 '시청각화할 수 있는 거리' 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색과 소리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지난 10월 25일 시작한 ICC비엔날레는 12월 7일까지 계속된다.

인터넷상으로 사이버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다.

주소는 http://www.ntticc.or.jp

도쿄 =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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