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무모한 행동”으로 규정했다. 국민에게는 의연한 대처를 당부했다. 여야 지도부와 아침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정치권과도 머리를 맞댔다. 로켓 발사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분주한 움직임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45분 방송된 라디오 연설에서 “세계 안보와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당국의 무모한 행동은 어떤 명분도 가질 수 없다”고 북한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고도 의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둘째)이 6일 청와대에서 박희태 한나라당·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여야 3당 대표와 조찬을 겸한 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나는 (대북) 강경주의자가 아니며 실용주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또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안보회의를 열었고 오자마자 잇따라 안보 관계 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며 “국민 여러분도 정부를 믿고 미래를 위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심정으로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도 말했다.
이날 연설과 관련, 청와대 한 참모는 “당초 이날 연설은 영국 방문 성과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준비됐지만 이 대통령이 ‘로켓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넣어야 한다’며 원고를 두 차례나 수정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연설 중 통미봉남(通美封南·북한이 남한을 빼고 미국과 대화하는 것)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은 이 대통령이 직접 넣은 것”이라며 “로켓과 관련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사전 녹음한 연설이 전파를 타는 사이 이 대통령은 여야 3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조찬을 함께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청와대 회동에 한꺼번에 참석하기는 처음이었다. 이런 만큼 이 대통령은 “이번처럼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면 좋겠다”며 “오늘 모임이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국방위·정보위 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잘 되고 있고 한·미 관계도 대단히 좋아졌다”며 이번 ‘로켓 국면’에서 확인된 한·미 공조에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에는 방한 중인 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5위)을 접견했다. 이날 만남에서 리 상무위원은 “로켓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오바마와 친구처럼 대화”=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영국 방문의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찬 자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대면해 보니 대단히 솔직하고 실용적이며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편 오찬회동에서는 전날 여당 부속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42%를 넘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