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중소기업 매출 안 부럽다 연 50억 관리 … 세 자매 보험설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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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 자매 보험설계사가 떴다. 교보생명 울산FP지원단에서 일하는 세 자매가 관리하는 보험의 지난해 총 보험료는 5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을 뺨친다. 1996년 맨 처음 보험설계사를 시작한 셋째 이도경(41)씨와 99년 설계사가 된 둘째 이은주(43)씨는 연간 수입이 2억원을 넘는다. 출발은 늦었지만 첫째 이은경(45)씨도 만만치 않은 실력으로 동생들을 쫓아가고 있다.

연간 관리하는 보험료가 50억원을 넘는 세 자매 보험설계사. 왼쪽부터 셋째 이도경, 첫째 이은경, 둘째 이은주씨.


◆울산의 원무과장=둘째 은주씨는 종종 병원 개원을 앞둔 의사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간호사 채용이나 대출 문제를 의논하는 전화다. 은주씨는 울산에서 웬만한 원무과장 이상으로 통한다. 그는 “병원이 잘돼야 보험도 들 수 있다”며 “내 일처럼 병원의 인력 관리를 돕는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쌓여 6일 울산시티병원 내에 금융 플라자가 문을 연다. 은주씨는 ‘상생’이라고 표현했다.

셋째 도경씨도 언니 못지않다. 특히 고객 경조사를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울산 의사의 절반은 은주씨 고객, 나머지 절반은 도경씨 고객’이라고 할 정도다. 주로 의사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들이 유치하는 보험은 가입 금액이 큰 편이다.

그런데 고객층이 겹쳐서 자매끼리 부닥치진 않을까. 처음엔 그런 점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먼저 접촉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식으로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은주씨는 “동생이 참 사람 좋더라, 언니가 참 잘하더라는 얘기를 서로 듣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사무실=세 자매에게 차는 사무실이자 휴게실이다. 첫째 은경씨는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 차 안에서 전날의 활동을 복기한다. 잘된 계약은 물론이고 실패한 계약의 과정도 되짚어 본다. 셋째 도경씨는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고객과 통화한다. 주로 울산·포항·경주를 중심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월 기름값이 40만원을 넘는다.

◆설계사 교육 필요=설계사로는 제일 선배인 막내 도경씨는 자신이 한 단계 도약한 계기로 교육을 꼽았다. 2001년 종신보험이 본격 출시되면서 2개월간 받은 교육이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그는 “지식이 쌓이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객도 그만큼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보험사들이 설계사 재교육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테랑 설계사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 은주씨는 “고객의 마음을 여는 것은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설계사가 자기 이익만을 챙기겠다고 달려드는지, 진짜 도움이 되는 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것인지 고객은 다 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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