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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노출 위험성은 … 건물 해체할 때 입자 날려 특히 조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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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이후 석면이 든 생활용품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냉장고·자전거에다 세탁기 등 석면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다. 건물 철거와 리모델링, 지하철의 지하공간에도 석면이 날아다닌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성 등급에 따르면 석면은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1(1급)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정부의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2004년에 이미 베이비파우더가 석면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를 방치해 왔다. 1월에야 산업용으로 석면을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고, 화장품 등의 기준은 최근에서야 마련했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부소장은 “석면은 채광에서부터 관련 제품 제조, 사용과 소비, 폐기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국가석면센터 설치 등 범정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생활용품에도 포함=한양대 환경산업의학연구소는 최근 환경부의 의뢰로 생활용품 27개 품목, 444개 제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냉장고·세탁기·자전거 등 6개 품목 47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냉장고는 국산 4개 제품을 조사했는데 모두 다 나왔다. 컴프레서 내부 부품(개스킷)에 백석면이 40%씩 들어 있었다. 김치냉장고도 6개사 12개 제품을 분석했는데, 5개사 9개 제품의 컴프레서 내부 개스킷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세탁기는 3개 회사의 6개 제품 가운데 1988년에 생산된 1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라이닝에 백석면이 20% 들어 있었다. 자전거는 브레이크 패드에 백석면이 3~4% 들어 있었다. 소형 오토바이 브레이크 패드와 라이닝, 동력전달장치에도 석면이 20% 들어 있었다.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수 있다. 석면은 단열재 등에 단골로 사용돼 왔다. 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서울과 수도권,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23개 업종 153개 사업장 건축물의 석면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77개소(50.3%)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 조사에서는 수도권 전철역 33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조사(2007년) 결과 전국 100개 학교 가운데 88개에서 석면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줄이려면=석면이 들어 있는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석면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또 환기를 얼마나 자주 했느냐에 따라 위험도에 차이가 난다. 평생이 아니라 1~2년 노출됐다면 폐암·석면폐증 위험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생활용품도 마찬가지다. 환경부 정종선 생활환경과장은 “다양한 제품에 석면이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할 때, 해체할 때 석면이 방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석면이 냉장고 외피, 컴프레서 외부 철판으로 이중 삼중 싸여 있기 때문에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양대 산업의학연구소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브레이크 패드에서 나오는 석면의 양을 측정했다. 패드 주변의 공기를 분석한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패드 자체는 석면을 함유하고 있지만 바퀴와 마찰할 때는 석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활용 과정에서 제대로 분리해 안전하게 폐기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해체 전 건물에 들어 있는 석면은 고체 형태이기 때문에 당장은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해체·철거할 때는 석면 입자가 흩날릴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노동부는 설명한다. 환경부가 전국 155곳의 건축물 석면 해체·제거 작업장의 공기 중 석면 농도를 조사한 결과 31곳에서 실내 공기 질 기준(1㏄당 0.01개 이하)을 초과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효율 필터장치로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작업한 곳은 29곳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공사장 주변 시민들까지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석면=섬유 모양을 한 광물로 열에 강하고 마모가 잘 안 되는 등의 특성이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그동안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와 브레이크 라이닝의 재료 등으로 사용돼 왔다. 석면은 크게 여섯 가지 종류가 있다. 청석면과 갈석면은 독이 강해 1996년 이후 사용이 금지됐다. 트레몰라이트·액티노라이트·안소필라이트는 상품성이 적어 거의 쓰이지 않았는데 2003년에 사용이 금지됐다.

◆탈크=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의약품 등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된 것은 이들 제품에 ‘탈크(talc)’라는 원료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탈크는 우리말로 활석이다. 초등학교 시절 과학시간에 표면이 가장 무른 암석이라고 배운 광물질이 바로 활석이다. 탈크의 주요 성분은 마그네슘으로 불에 잘 타지 않고 열과 전기가 잘 전달되지 않으며 분말끼리 잘 달라붙지 않게 하는 성질이 있다. 문제는 탈크가 자연 상태에서 석면을 함유한 사문암과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탈크를 가공할 때 석면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들은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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