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그룹 화의 신청…올초 대동조선 인수과정 무리 경영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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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25일 중견그룹인 수산그룹이 법원에 화의를 신청한데 이어 대형 여행사인 온누리여행사, 상장 의류업체인 ㈜금경등도 부도를 내는등 기업 부도및 화의신청이 확산되고 있다.

◇ 수산그룹 = 수산중공업등 주요 계열사에 대해 25일 서울지법에 화의를 신청했다.

박주탁 (朴柱鐸) 수산그룹 회장은 이날 수산중공업등 계열사의 자금난이 심해져 법원에 화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산그룹은 26일 오전9시 기자회견을 갖고 화의신청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그룹은 올초 대동조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써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남아 기계류 수출 부진과 최근의 금융위기등으로 자금난이 가중됐다.

수산중공업을 주력사로 성장해온 이 그룹은 모두 14개 계열사를 두었으며 올해 매출목표는 1조3천억원이다.

한편 수산중공업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날 "수산중공업이 밝힌 자구노력이 이뤄질 경우 회생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돼 화의를 수용키로 했다" 고 밝혔다.

한편 수산중공업의 금융권 여신은 은행권 2천4백억원, 제2금융권 1천5백억원등 모두 3천9백억원으로 집계됐다.

◇ 온누리여행사 = 국내 최대의 해외여행객 유치실적을 가진 온누리여행사가 도산했다.

온누리여행사는 25일 상업은행 서울 역삼동지점에 교환이 돌아온 어음 11억3천만원을 막지 못해 최종부도처리됐다.

상은 관계자는 "온누리여행사는 최근 해외가이드 (1천3백명)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데다 외환위기등으로 여행객이 크게 줄어 심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고 말했다.

온누리여행사의 금융권 여신은 13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누리는 또 사채시장에서 약7억원을 끌어다 썼다고 상은측은 밝혔다.

국내 여행업계의 '신흥 빅3' 중 하나인 온누리 여행사의 부도는 예사롭지가 않다는게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지난 92년 설립된 온누리여행사는 95년 이후 패키지상품의 최고 송출실적을 기록, 국내 유명 여행사를 제치고 올해까지 3년간 해외여행시장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지난 89년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온누리여행사는 저가 (低價) 공세로 여행업계의 '무서운 아이' 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의 해외여행 송출실적만 해도 약7만명을 웃돌 정도였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온누리여행사의 부도에 대해 '무리한 경영에다 예상치 못한 환율의 급등이 가장 큰 원인' 으로 보고 있다.

◇ ㈜금경 = 26일 외환은행 압구정동지점등에 돌아온 어음 6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부도처리됐다.

금경은 지난 82년 설립돼 고가 청바지 MFG를 주력상품으로 대도시 주요 백화점에 납품해왔으나 최근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속히 위축된데다 니카라과의 원목공장에 과잉투자하는 바람에 자금난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경은 올 상반기에도 3백94억원의 매출에 16억원의 반기이익을 내는등 비교적 활발한 영업을 해왔다.

한편 금경의 금융여신은 은행권 9백28억원, 제2금융권 1백27억원등 모두 1천55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세준·고윤희·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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