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자격'따기 열풍…가장실직 남의 일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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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주부 김혜영 (金惠英.38) 씨는 한달전부터 아트학원에 나가 조화 (造花) 기술을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 중견간부인 남편의 월급만으로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왔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남편 동료들이 하나 둘 직장에서 밀려나는 것을 지켜보며 언제 닥칠지 모를 가장의 퇴직에 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시작한 것이다.

내년께 아파트 단지안에 조그만 화원을 하나 차리는 것이 金씨의 목표인데 예전엔 반대가 심하던 남편도 차츰 관심을 보이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취업 또는 부업을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는 주부들이 늘고있다.

이에 따라 자격증을 따면 취업이 유망한 보석세공. 유리공예. 미용. 제과.제빵학원등과 손재주만 있으면 집에서 틈틈이 일할 수 있고 창업도 가능한 조화. 미싱자수등 기술학원이 특히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리공예. 스텐슬 (염색미술의 일종).한복.조화등을 가르치는 서울 강동구 길동 부영아트플라워에는 전체 수강생 2백여명 가운데 60% 이상이 주부들이다.

홈패션.기계자수등을 전문으로 하는 경기도광명시 개봉 미싱자수학원에도 최근 소자본으로 부업 또는 창업을 하려는 주부들이 몰려 전체 수강생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세종미용학원 이영정 (李榮貞.41.여) 부원장은 "과거 수강생의 대부분이 미혼여성들이었으나 요즘엔 30~40대 주부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기술을 익히는 데도 더욱 열심" 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 김우현 (金佑顯) 직업지도과장은 "자수를 비롯해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컴퓨터 속기. 표구기술. 보석가공및 감정. 꽃꽂이. 요리. 도배기술등도 주부들이 익히면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고 권했다.

이같은 주부들의 취업열기를 반영하듯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7~9월 구직 (求職) 활동에 나선 여성은 21만1천명으로 남성 (11만1천명) 의 두배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기술 또는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여성의 취업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여성실업자가 지난해 7~9월보다 52%나 증가하는등 여성의 취업성공률이 남성 (실업증가율 8%)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 이때문에 취업및 부업을 위한 주부들의 기술익히기 바람은 더욱 열기를 더할 전망이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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