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문용욱 주부의 '간장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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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뾰족한 집게 다리와의 전쟁 - .가위 두개를 양손에 든 주부 문용욱 (文容旭.41.서울노원구상계동주공APT) 씨의 익숙한 솜씨에 '천혜의 무기' 를 휘둘러대며 반항하던 게는 결국 항복하고 만다.

다행히 물린 데는 없이 전투를 끝냈지만 날카로운 껍질을 손질하다보면 손잔등이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래도 文씨는 "게장 해놓았어요" 라는 한마디에 퇴근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올 남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하다.

"결혼 후 처음 게장을 해주었을 때만 해도 먹는 방법조차 몰랐던 남편이 이젠 '게박사' 가 다 됐어요. 음식점도 게장 잘하는 곳은 거의 다 다녀본 모양인데, 그래도 제솜씨가 제일 낫다더군요. '명예퇴직이라도 하면 게장집이나 차릴까' 하고 농담할 정도예요. " 게요리는 옛날부터 비싼 음식에 속했지만 해물을 즐기던 文씨의 친정에선 가끔씩 식탁에 오르곤 했던 것. 어렸을 때 식성이 까다롭던 文씨도 게장만 있으면 밥을 한그릇씩 비우곤 했다.

아버지 몫조차 남기지 않고 알뜰살뜰 속살을 파먹다보면 어머니에게 핀잔을 들을 때도 많았다고. "특히 간장게장의 등딱지부분은 밥 비벼먹기에 아주 좋잖아요. 한마리에 한개 밖엔 없다보니 동생들과 쟁탈전을 벌여야 했죠. 그래서 어린 마음에 '이다음에 크면 혼자 실컷 해먹어야지' 라고 생각했었어요. " 하지만 게장을 만들어도 등딱지부분을 맘놓고 먹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게장맛을 알아버린 남편과 세딸들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사실 게 값도 비싸고 손질하기도 까다로와서 자주 만들기도 힘들다.

"남편이 회사동료들에게도 제 게장을 무척 자랑한 모양이예요. 부서가 바뀔 때마다 '그 유명한 게장 맛 좀 봐야겠다' 며 손님들이 오시곤 해요. " 아내 자랑하는 남편을 탓할 수 있을까. 오늘도 손님치를 준비에 바쁜 文씨에게서 간장게장같이 감칠맛나는 부부의 정이 듬뿍 느껴졌다.

김정수 기자

<간장게장 만드는법>

▶재료 = 게 (中) 10마리, 진간장5컵, 청장1컵, 설탕3큰술, 물5컵, 생강50g, 마늘5쪽, 양파1/2개, 청주2큰술

▶조리법 = ①게의 배꼽부분과 눈부분을 떼고 나머지는 솔로 깨끗이 닦아 준다.

②손질한 게에 간이 잘 밸 수 있도록 몸통 양끝의 뾰족한 부분을 구멍이 생길 정도로만 자른 뒤 진간장과 청장을 모두 붓고 5시간쯤 둔다.

③생강은 저미고 마늘은 꼭지만 따서 손질하고 양파는 채썰어 놓는다.

④②에서 간장만 따라내어 ③과 물.설탕.청주를 넣고 끓인다.

⑤완전히 식힌 ④를 게에 붓고 5시간~하루정도 재어 둔다.

⑥다시 국물만 따라 내서 끓인 뒤 식혀 붓기를 1번이상 반복한다.

⑦상에 내기 전에 등딱지부분을 떼고 속아가미부분과 눈주위에 달린 모래주머니는 떼어버려야 떫은 맛이 없다.

다리부분도 잘라서 먹기 좋게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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