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반 원격 수업 집중력 · 영어 실력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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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활용한 학습인 'R-러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확인영어사의 자기주도학습관에서 학생들이 교육용 로봇 '바니'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What did you do yesterday?”(어제 뭐했니?) “I cut my hair.”(이발했어요.) “Oh, did you get your hair cut?”(아, 이발했다고?) “Yes, right.”(네, 맞아요.) 한 학생이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상대는 로봇 선생님. 경기도 일산의 한 학원에서 실제로 매일 벌어지는 모습이다. R-러닝(로봇기반학습)시대가 멀지 않았다.

교육기관 영어수업 보조교사 역할
　공·사교육 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전 어은초등학교는 2007년, 로봇을 학습도우미로 활용한 시범수업을 실시했다. (주)한울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티로’가 영어수업에서 보조교사 역할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지식경제부가 영어로봇교사를 활용 한 시범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국의 영어 거점 초등학교 중 2~3곳을 선정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보조교사 로봇을 투입한다. 음성인식 기술로 학생들과 대화가 가능한 로봇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로봇기술연구부 류영선 센터장은 “로봇산업의 추세와 교육현장의수요가 잘 맞아떨어져 교육용 로봇 개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비스로봇 개발이 주목 받고 있는데다 일선 학교에선 원어민 영어교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아동학과 현은자 교수는 “연구 결과, 로봇을 통한 학습은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여 일반PC를 사용할 때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설 유아교육기관도 보조교사 로봇을 활용한다. 확인영어사의 전국 10곳 자기주도학습관에서는 영어교육용 로봇 바니(VANI)가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다. 바니는 삼일CTS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지로봇연구단이 공동 개발했다. 외국에 있는 원어민 강사가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한다. 강사는 학생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면서 1:1 질문을 하거나 퀴즈를 내 영어학습을 유도한다. 박상현(용현초6)군은 “화장실에 갔다 오면 로봇 선생님이‘Did you wash your hands?(손은 씻었니?)’라고 말을 걸어온다”며 “함께 농담도 하고 숙제얘기도 하다보니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일산 화정분원의 최정숙 원장은 “첨단 로봇으로 학습하는 데 대해 학생·학부모들도 흥미와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며 “외국인에게 말을 건다는 두려움을 줄여주고 집중도를 높여 영어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웹사이트로 아이들 활동모습 확인 가능

　(주)유진로봇의 유아교육로봇 ‘아이로비Q’는 50여곳의 유치원·학원이 이용하고 있다. 아이로비Q는 주제학습·영어교육·놀이활동·사전검색·출석체크 기능을 갖추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학습 콘텐트를 제공받을 수 있고 학부모는 웹사이트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가정에서 구입하기에는 비싼 편으로 이 로봇을 갖춘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호응은 매우 높다.

　상용화를 앞둔 (주)이노메탈이지로봇의 ‘포롱봇’은 학습·오락·직업 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일 일정량의 국어·영어·수학을 단계별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고 진도에 따라 캐릭터도 성장한다. 오락 활동으로는 동화 읽어주기, 동요 배우기, 영어 율동 등의 콘텐트가 있다. 직업 활동은 축구선수·의사·가수 중 선택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하는 서비스다.

　KT가 상용화를 목표로 2007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몽이’는 에듀테인먼트 로봇. 전자태그가 붙은 책·카드를 갖다 대면 동작과 함께 내용을 읽어준다. 무선 네트워크로 콘텐트를내려받을 수 있고 말하는 것을 녹음하거나 직접 제작한 UCC를 로봇에 내려받을 수도 있다. KT 미래기술연구소 정성택 수석연구원은 “에듀테인먼트 로봇은 유아들에게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제공하는 도구로, 부모들에게는 보육을 도와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