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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막 APEC정상회의 현지 표정…한국 외환위기 시선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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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4일 (한국시간 25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는 한국 금융위기에 대한 '비상 대책모임' 이 될 것같다.

이에 앞서 열리는 개별 정상회담.각료회의에서는 한국 외환위기가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한국의 경제불안이 APEC에 미칠 영향이 회담장 주변 어느 곳에서나 화제다.

밴쿠버 선지는 관련내용을 '한국 금융위기, APEC 개막에 먹구름' 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로 다뤘으며, 외국언론은 이미 '한국이 국제통화기금 (IMF)에 신청할 구제금융 액수가 얼마냐'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난해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하고 필리핀 수빅에서 열린 4차 APEC 정상회의에 으스대며 참석했을 때와 딴판인 모습이다.

APEC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아침 (한국시간 23일 새벽) 밴쿠버에 도착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첫번째 일정인 장 크레티앵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부터 그런 장면이 나타났다.

이날 오후 팬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크레티앵 총리와의 회담에서 金대통령이 "APEC에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며 IMF에의 자금지원 요청등 우리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설명한뒤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크레티앵 총리는 "한국보다 더 어려웠던 멕시코가 IMF 지원을 받아 이를 잘 관리해 극복했다" 며 "4년전 내가 총리로 취임하기 직전 재무장관때 IMF에 의존할뻔 했으나 강력한 안정화 대책으로 활력을 되찾았다" 고 소개했다.

金대통령은 "IMF 자금활용에 대해 우리 국민 일부에서 부정적 견해가 있지만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계기로 삼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해보자' 는게 우리 각오" 라고 결의를 피력했다.

40분간 대화의 거의 대부분을 우리 외환위기에 초점을 맞춘 회담이 끝난 뒤 외국 기자들은 배석한 반기문 (潘基文) 외교안보수석에게 "캐나다에 얼마나 자금 지원을 요청했느냐" 고 묻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밴쿠버 무역센터에서 열린 APEC 각료회의가 끝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IMF 지원요청을 환영한다" 고 말했으며, 유종하 (柳宗夏) 외무장관은 "IMF 외에는 다른 지원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고 답변했다.

金대통령은 APEC 경제인자문회의 (ABAC)에 참석하는 배순훈 (裵洵勳) 대우전자 회장등 8명의 기업인과 만찬을 한 자리에서 참석자들로부터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계가 우리를 보는 눈이 훨씬 더 심각하다" 는 얘기를 들었다.

밴쿠버 =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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