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 로켓 발사 강행 … 이번만큼은 대가 치르도록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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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이 목표한 지구궤도 진입은 실패했으나, 장거리 로켓은 미사일 발사체로 전용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미·일은 북한의 이번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안보리에서 강력 대응키로 했다. 특히 일본은 대북 경제조치 1년 연장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이 2006년 10월 핵실험에 이어 또 한 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다. 북한은 이에 상응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북한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켓을 발사한 배경은 자명하다. 취임 후 북한 문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과시, 양자 대화의 담판장에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무엇보다 북한의 이런 위협이 통할 국제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강경 대응과 함께 대화 의지도 피력하고 있어 언젠가는 북한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런 회담이 열린다 해도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부지하세월이 된다는 점이다. 대북 경제 지원은 사실상 한국과 일본이 전담하고 있다. 특히 ‘핵 보유국 인정과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라는 북한의 희망사항 앞에는 장애물이 그야말로 부지기수다. 만의 하나 미국이 그런 판단을 하더라도 한·일이 이를 허용할 리 없다.

앞으로 동북아 군비경쟁이 가속될 것이란 점도 북한엔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 로켓 발사를 자국의 군사력 증강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간주해 온 일본은 앞으로 보란 듯이 군비 확충에 나설 것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중국의 맞대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어 중국으로선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이 지금처럼 북한 입장을 봐주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은 북한에 ‘국가적인 위신’은 세워줄지 몰라도 궁극적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한·미를 더욱 압박해 올 가능성이 크다. 핵 군축회담, 한·미 군사훈련 중지 등을 강요할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빈틈없는 한·미 공조다. 북한에 압력을 가할 때나 대화를 모색할 경우 모두 일치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 특히 그렇다. 이런 사안에서 엇박자가 되면 북한이 오판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양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다른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관계국과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 놓고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런 차원에서 한·미는 중국을 설득하는 문제에서도 보다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소한 중국을 끝까지 설득하려는 모습만은 보여야 한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힘을 우습게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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