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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병원은 어디⑥ 증상별 가이드-두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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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15면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카인과 아벨’을 보면 주인공 형제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둘 다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 악인 카인처럼 동생에게 비열한 악행을 저지르는 형은 뇌종양에 걸려 신경증상을 보이고, 동생은 죽을 뻔한 사고 뒤의 후유증(외상 후 두통)으로 괴로워한다. 평소 머리가 아플 땐 무심코 지나치던 사람들도 이런 드라마를 보게 되면 ‘혹시 뇌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병원을 가려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마비 오거나 잡음 들리면 얼른 응급실로

두통의 증상에 따라 가야 할 병원도 달라진다. 두통이 최근 들어 새롭게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종종 나타나던 증상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양상의 두통이 중년 이후 갑자기 시작됐거나, 갑자기 횟수가 늘고 강도가 커지는 등 변화가 생긴 경우라면 병원에 가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또 운동할 때나 배변 등을 위해 숨을 참고 복부에 힘을 줄 때 두통이 매우 심해진다면 역시 신경과나 신경외과·내과 등을 방문해 보아야 한다. 임신부가 전에 없던 두통에 시달린다면 산부인과에 가 임신중독증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의식을 잃고 발작하거나 ▶신체가 마비된다든지 감각이 떨어지는 신경학적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안구 주위나 머리에서 잡음이 들리는 경우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한 경우라면 드물지만 뇌나 뇌의 혈관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는 서둘러 응급실에 가 봐야 한다.

직장인 ‘일요 두통’은 긴장성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안고 사는 두통은 심각한 것이 아니다. 물론 뇌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혼자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 도움을 조금만 받아도 훨씬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이 대표적인 예다. 맥이 뛰는 것과 같은 통증을 한쪽 머리에 느낀다면 대개는 편두통이다.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증상은 약으로 완화할 수 있다. 특히 머리가 아프기 직전에 항상 다른 특정 증상을 느끼곤 하는 사람은 미리 의사와 상의해 약을 처방받아 두었다가 조짐이 있을 때 약을 먹으면 뒤이은 편두통의 강도가 훨씬 약해진다. 편두통의 빈도가 잦은 경우에도 미리 약물을 처방받아 둘 수 있다.

편두통보다는 드물지만 남자 성인(20~40대)에게서 잘 나타나는 군집성 두통도 마찬가지다. 크게 후유증을 남기지는 않지만 본인은 매우 고통스럽다. 콧물·코막힘·충혈·땀 등의 증상과 함께 주기적으로 나타나며, 한번 시작되면 매우 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자다가 머리가 아파서 깨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신경과에 가 약물을 처방받아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경험해 보는 긴장성 두통이다. 띠로 조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어떤 상황에서 두통이 생기는지 스스로 아는 경우가 많다. 시댁에 가야 하는 주부가 앓는 주말 두통, 직장인이 경험하는 일요일 아침 두통, 학생에게 많은 월요일 두통 등이 그런 예다. 이런 문제는 두통약을 먹기보다 환경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해결할 수 있다. 심하게 반복되는 경우 정신과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진통약 남용 땐 두통 악순환도
간혹 코나 눈에 병이 있을 때에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축농증이나 비염이 있는 경우라면 누런 코가 나오거나 코가 목 뒤로 흐르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두통과 함께 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녹내장이 만성으로 진행되면 시각 증상이나 구토 증상 없이 두통만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으면서 두통을 느끼는 경우라면 한번쯤 안과에 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약물이나 술·유해물질 등이다. 가정이나 일터에서 연탄을 때면서 두통을 느낀다면 한번쯤 의심해 본다. 이는 외부 물질에 의한 것이므로 환경을 개선해야 낫는다. 혈압약이나 소화기궤양 약물을 먹고 나서 두통이 생기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약을 처방받아 먹고 나서 두통이 새롭게 나타났다면 다음번 처방받을 때 의사와 상의해보는 게 좋다.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환자가 카페인이 들어 있는 두통약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두통의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카페인은 혈관 수축 작용을 하는데, 그 농도가 떨어지면 다시 혈관이 확장되면서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특별한 병은 아니다. 두통이 생길 때마다 카페인 함유 진통제를 약국에서 사 먹다 보면 나중엔 복용 빈도와 양을 점점 늘려야만 하는 일종의 두통약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한편 의사와 상의해 근원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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