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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이 서투르면 시간을 뺏긴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8호 12면

“시간이 돈.” 이건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이다. 200년도 더 전에 한 이야기지만 현대인은 특히 이를 실감할 것이다. 분 단위로 상담료를 청구하는 변호사들의 예를 들 것도 없다. 학생은 학생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저마다 시간이 모자란다고 비명이다. 언뜻 한가해 보이고 시간 조절이 쉬울 듯한 가정주부들도 시간에 쫓기긴 마찬가지다.

세탁기·냉장고·청소기 등 가사를 돕는 가전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 그리하여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불변의 사실인데, 학업이며 업무에서 좋은 결실을 보면서도 자기계발이나 취미활동을 즐기는 이들도 있는데…. 평소 그런 아쉬움을 느끼던 이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 두 권 있다.

『시간도둑 퇴치법』은 제목처럼 공격적이다. ‘시간도둑’은 지은이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무심히 지나치지만 실제로 우리 시간을 앗아가는 요인들을 ‘시간도둑’이라 이름한 것이다. 그런 ‘시간도둑’의 범행 유형 13가지를 드는데 대체로 공감이 간다. 휴대전화의 속박, e-메일 답장 보내기, 웹 서핑의 유혹, 필요한 물건 찾아 헤매기, 청구서 지불 기한 넘기기 등 우리들이 흔히 시간을 흘려 보내는 허점들이다.

피해자 유형을 분석한 것 중에 ‘거절에 서투른 사람’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스스로 배려 깊은 사람이라 여기고 약속을 남발하고는 막상 마지막에 가서 쩔쩔매는 타입이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능력 이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작용한 탓인데 결국은 큰소리만 치는 사람, 기회주의자란 악평을 얻기 마련이란다.

시간도둑을 잡으려면 3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21가지 생활습관을 제안하는데 그중에는 ‘싫은 일이라도 최소한 5분 동안은 계속해 본다’처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처방도 있긴 하다. 그러나 ‘하지만’ ‘그런데’ ‘어차피’란 세 마디를 쓰지 말라는 대목은 따를 만하다. 난색을 표하거나 변명할 때 쓰이는 이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밝은 마음으로 빠르게 전환해 앞으로 부지런히 나아가는 편이 시간 낭비를 막을 테니 말이다.

『시간도둑…』이 진단과 ‘처방’ 위주인 데 반해 『성공한 사람들의…』은 제목에서 보듯 실용서치고는 제법 읽는 맛이 있다. 해군 작전부장 로버트 카네이(언젯적 사람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제독은 통상적인 일은 부관에게 맡기고 정책상 결함이 있거나 큰 문제점이 있을 때만 결재를 했다. ‘사소한 일에 매달리지 마라’에 나오는 일화인데 카네이 제독은 이렇게 해서 15%가량 결재 분량을 줄이는 대신 보다 책임이 큰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의 시간 활용법은 독특했다.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서서 하는 것은 어리석고, 누워 있어도 괜찮을 때 일어나 앉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침 7시에 일어나 침대에서 신문을 읽고는 했단다. 그의 대표작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의 마지막 권을 누워서 썼고, 심지어 침대에서 미국 대사의 공식 방문을 받기도 했단다. 누구나 그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만 잠자리에서도 시간을 활용하는 예를 든 것이다.

어느 책을 들든 하루를 25시간처럼 사용하는 요령을 알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실천의 문제다. 읽고 지나치면 그것 또한 시간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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