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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명성을 주고 삶을 훔쳐갔다, 그들의 성격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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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스타는 미쳤다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지안, 308쪽, 1만5000원

대중의 갈채와 숭배를 받는 스타들. 명예는 물론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며 잘생긴 연인들이 줄을 잇는다. 보통사람들로선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나 마냥 부러워 할 일만은 아니다. 적어도 이 책에 따르면 그렇다.

록 밴드 ‘너바나’의 리드싱어였던 커트 코베인은 27세에 자기 차고에서 총으로 자살했다. 재니스 조플린은 약물과용으로, 세계적 기타리스트였던 지미 핸드릭스는 중독증세로 모두 27세에 세상을 떠났다. 연예계 스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살로 가입한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발터 벤야민, 막심 고리키,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뛰어난 문인들이 많다.  

왜 남 부러울 것이 하나 없어 보이는 명사(冥뵨)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불행한 최후를 맞을까. 이 책의 지은이인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는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뒤 성격장애 탓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번역서의 제목처럼 ‘미쳤다’고까지는 아니지만 치명적인 성격장애가 있었다는 것이다.


성격장애는 자기 자신에게 특별히 감탄하는 ‘자아도취성 성격장애’, 주변 사람들의 감탄과 주목, 숭배를 필요로 하는 ‘연극성 성격장애’, 이 세상은 잘못됐고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자의식에 가득찬 ‘반사회성 성격장애(사이코패스)’ 등 여러 가지 증상이 있다. 이 중 대중스타가 많이 겪는 것은 경계성 성격장애다. 이는 감정 기복이 심해 분노, 불만, 좌절감, 슬픔, 기쁨이 번갈아 나타나고 사소한 다툼이 신경발작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공허감이나 권태로움에 젖어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는 등 위험을 무릅쓰고 심할 경우 자해행위를 하는 스타들이 나타난다. 또 충실한 연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여덟 번이나 결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고 지은이는 이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명성이 스타를 변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남들과 다르기에 명성을 얻는 것이라며 특히 음악가, 배우, 개그맨, 운동선수, 정치가들은(정치가에 주목하자) 박수와 갈채가 생명을 유지시키는 만병통치약이라 본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천박한 섹스, 파렴치한 행동, 도취, 공격성, 무절제한 소비, 거침없는 과시욕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 있기에 이들 유명인사들은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의 어두운 면을 몸으로 살아내고 있다고 해석한다.

스타들의 이면을 아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보통사람들에게 정신적 위로를 주는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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