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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대담]금융위기와 APEC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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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 제5차 정상회의 일정이 19일 (현지시간) 고위관료회의 (SOM) 를 시작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됐다.

오는 25일 정상회담후 공동선언발표까지 모두 7일간 계속될 이번 APEC정상회담은 특히 회원국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이 심각한 금융.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번 회의의 의미와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김정수 전문위원 사회로 사공일 (司空壹)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김기환 (金基桓) 한국아태경제협력위원회회장.이재웅 (李在雄) 성균관대교수.양수길 (楊秀吉) 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간의 대담을 마련했다.

- 일부에서는 나라가 이렇게 뒤숭숭한데 APEC정상회의에 김대통령이 가야하느냐는 말까지 있다.

金회장 "대외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물론 가야한다.

국내경제사정이 좋지 않다고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APEC이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는비판도 있지만 우루과이라운드 (UR) 의 타결이라든지 지난해 정보통신제품자유화 (ITA) 협정체결에서 APEC의 단합된 힘은 큰 역할을 했다."

楊원장 "APEC의 기본목표가 무역과 투자의 상호 활성화다.

무역과 외국인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APEC이 중요하다."

- 최근 금융.외환불안과 관련해 APEC의 성격이 바뀔 것이라고 하던데.

司空이사장 "그것이 금년에 꼭 참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7월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생각하면 금년의 정상회의는 시의적절하다.

바로 금융문제를 심도있게 다룰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외환에 관한 정책협조 방안,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지역차원의 조기경보체제, 또 유사시 공동대처하는 방안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 아시아 금융불안의 해소를 위해선 정확한 배경 진단이 전제되야하는데.

李교수 "첫번째 이유는 금융자유화다.

최근 금융.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급속하게 금융자유화를 실시한 나라들이다.

두번째는 취약한 금융인프라다.

감독체계의 불비 (不備)가 가장 큰 문제였다.

세번째는 투명성 결여다.

이 때문에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司空이사장 "경제기초여건이 금융위기를 촉발했다고 본다.

환율의 고평가가 그 것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체제가 갖추어지지도 않은채 자본거래자유화를 급속하게 추진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생산적인 부문보다는 부동산등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들어가 거품이 발생했다.

여기에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부족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금융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 한국도 금융시스템등에서 동남아와 같은 상황인가.

金회장 "태국은 금융감독 체계를 갖추기도 전에 자본거래를 자유화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한국은 개방을 하지 않음으로써 금융산업이 뒤지게 되는 선택을 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금융부문의 문제가 더 고질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는 국내의 금융규제완화와 감독체계를 강화해 가면서 동시에 금융시장의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겁난다고 막는게 능사가 아니다."

- 동남아 위기의 재발 위험은 없는가.

楊원장 "부실화의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한 재발의 위험은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정도는 불안요인이 있다고 본다.

구조적인 적자경제인 동남아의 경우는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또 단기적인 불안요인으로는 일본 증시의 폭락 위험이 있다."

司空이사장 "한국이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동남아 금융위기 해소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다 합친 것보다 크다.

이런 한국에 위기가 닥치면 동남아와 동남아에 묶여있는 일본, 그리고 미국 등으로 확산되어 세계경제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楊원장 "최근 외국자본 이탈에는 한국이 개혁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작용했다고 본다.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금융개혁을 하루빨리 이뤄야한다."

金회장 "한국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금융개혁법안을 빨리 통과시키고, 곧이어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책의 핵심은 투명성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실채권의 규모에 대해서도 한국기준으로는 얼마이고,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으로는 얼마다 하는 식으로 현실을 밝혀야 한다."

司空이사장 "부실채권의 규모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은 물론 이 문제는 정부재정을 써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표명되어야 한다."

- 동남아 금융위기같은 상황의 재발을 방지할 수는 없는가.

金회장 "경쟁적인 환율절하는 국제적 협조로 막아야하고, 국제수지악화 등 금융개방에 따른 문제에 대한 국제적 해결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 금융개혁에 늘 따르는 국내의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역자유화의 경우처럼 금융개혁과 개방에 대해 관련국들이 다같이 '국제적인 약속' 을 함으로써 이행을 촉진시킬 필요도 있다."

- 이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司空이사장 "금융위기 예방차원에서 정책협조와 감시체계가 논의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 경우의 대응체제도 논의될 것이다."

楊원장 "정상회의에서 아마도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게 '이 문제는 당신네 내부의 금융부실에서 발생했으니까 금융개방및 개혁을 하라' 'WTO의 금융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 고 요구할 것이고, 동남아국가들은 '지금의 문제는 금융자유화가 너무 빨라서 생긴 문제' 라고 하는 식으로 의견이 엇갈릴 것이다."

- 지금 한국에서는 국제통화기금 (IMF)에 대한 구제금융 요청을 놓고 논란이 많다.

이와 관련 APEC차원에서는 어떤 방책이 없겠는가.

司空이사장 "IMF에 가기전에 정부가 일본.미국 등 한국과 경제관계가 깊고 보유외환이 많은 나라에 쌍무적으로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멕시코가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구해준 것은 IMF보다는 미국이었다."

<사회=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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