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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에서 장자연에게 부적절한 행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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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찰 관계자는 2일 “술접대 자리에 장씨와 동석했던 여성이 ‘한 인사가 장씨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장씨가 참석했던 술자리가 상당히 퇴폐적인 분위기였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가을 장씨와 함께 접대에 나섰던 한 여성 연예인이 경찰에서 “정성을 다해 서비스가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의 한 빌딩 지하에 있는 가라오케 주점. 장자연씨가 불려가 유력 인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던 장소다. 경찰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장씨가 접대를 했던 7곳을 확인했다. [안성식 기자]


경찰은 그간 장씨의 술접대와 관련해 20여 명의 참고인을 조사했다. 이 중 일부는 장씨와 함께 술자리에 불려나갔던 여성들이다. 한 여성은 7~8차례의 술자리 상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다른 여성들이 가끔 접대 자리에 참석한 반면 장씨만은 상습적으로 불려나갔고 이 때문에 장씨가 괴로워했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은 성추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술접대가 이뤄진 서울 강남 일대를 탐문하고 관련자들의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장씨와 술자리를 가진 인사 4~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추가 확인 작업을 벌인 뒤 해당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이르면 이번 주말께 시작할 예정이다.

◆“장자연 건은 ‘계륵’ 같은 사건”=경찰은 이들 인사에게 강제추행 또는 강요 교사·방조 등의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강제추행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하나 피해자인 장씨는 이미 숨진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고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해 봐야 한다”며 “그러나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요 교사와 강요 방조 혐의를 적용할 경우에도 장씨를 술자리에 앉힌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의 강요 혐의를 우선 밝혀내야 한다. 김씨와 함께 접대에 나섰던 여성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김씨다. 김씨는 현재 일본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날 강요·협박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한국 경찰관이 일본 현지에서 김씨를 검거할 수가 없어 별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혐의가 분명하게 확인되는 부분만 입건한 뒤 나머지 부분은 김씨가 귀국할 때까지 내사 종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씨 사건을 “먹을 것도 없고, 버리기도 힘든 계륵(닭갈비) 같은 수사”라고 말했다.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증거는 부족한데 현재 상황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면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2006년에도 소속사 연예인에게 술접대를 강요하다 소송을 당했던 것과 관련해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수사대상에 포함시킬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충형 기자,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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