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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이명박·오바마 ‘첫 단추’ 잘 뀄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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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회담이 열린 런던의 컨벤션센터 ‘엑셀런던’ 2층 회담장.

첫 회담이었지만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서로에게 친밀감과 존경심을 보여줬다.

두 차례 전화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연구와 지식이 쌓인 결과일 수도 있고, 전날 영국 총리 주최 만찬에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눈 익숙함 때문일 수도 있다. 힘겨웠던 청소년기를 딛고 대통령이 된 두 사람의 엇비슷한 인생역전 드라마가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사람은 첫 회담이 주는 스트레스보다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한 기대감과 설렘을 더 즐기는 모습이었다는 게 회담 참석자들의 얘기다.

그동안 한·미 정상회담에는 언제나 기대감과 우려가 함께 존재했다. 보수 성향의 김영삼 대통령과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 반대로 진보성향의 김대중(DJ)·노무현 대통령과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처럼 조합이 어긋날 때엔 우려가 기대감보다 컸다.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니 사소한 차이가 커 보이고 사고도 그만큼 잦았다. 2001년 3월 부시-DJ의 워싱턴 첫 회담에서는 회담내용보다 부시 전 대통령이 DJ를 호칭한 “this man(이 양반, 이 사람)”이 더 부각됐다.

2년 뒤인 2003년 5월 노무현-부시 첫 회담 때의 분위기는 당초 걱정만큼 나쁜 편은 아니었다. 과거 “반미면 어떻습니까”를 외쳤던 한국 대통령과 강성 보수의 미국 대통령은 “대화하기 편하고, 인간적으로 매우 가까워졌다”고 서로를 칭찬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 모른다”며 미국을 치켜세운 노 대통령의 ‘변신’이 정상회담보다 더 화제를 낳았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북한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인식차는 점점 벌어졌고, 이 틈을 메우기엔 양측이 서로를 너무 믿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2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꿴 첫 단추는 과거의 이런 사례들과 비교하면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 한목소리를 냈고, 서로에게 껄끄러울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서도 진전된 입장을 내놓았다.

“내가 대통령직을 갖고 있는 한 한·미 동맹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 “북한의 모욕적 표현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이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들은 미국 새 정부 출범을 한·미 균열의 기회로 보는 북한엔 큰 실망감을 안겨줬을 법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의 우정은 더욱 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인사했듯 두 정상은 회담에서 무엇보다 상호신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런 인간적인 신뢰를 두 정상의 향후 4년 재임기간 중 국가 간 신뢰와 공조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서승욱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