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우리 것” … 러시아 선점 공세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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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인 북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극해 심해 탐사와 인근 해역에서의 훈련을 계속하며 북극 선점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최근에는 북극을 지키는 특수부대 창설 등을 골자로 한 장기 국가정책 보고서까지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극 지역 관할권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주변국들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 북극 해저탐사


◆북극군 창설 계획=러시아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안보회의는 지난달 말 자체 홈페이지에 ‘2020년까지 북극에서의 러시아 국가정책 원칙’이란 보고서를 게재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주요 사안을 심의·결정하는 이 기구가 국방·외교·테러·경제안보와 함께 북극 주권 확보를 국가 안보의 주요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서명한 이 보고서는 “어떠한 정치·군사적 조건에서도 군사 안보를 보장해 줄 특수부대를 창설해 북극 지역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극 지역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자는 주장은 있었으나, 북극 보호 임무를 띤 특수부대를 창설하자는 제안은 처음이다.

보고서는 이어 연방보안국(FSB)이 북극 지역에 대한 경계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으로 국경 수비를 책임지는 FSB가 북극 지역을 더 엄격하게 통제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북국 주권 확보를 위한 단계적 전략도 제시했다. 1단계(2008~2010)에선 광범위한 지질·지리적 탐사와 연구를 통해 북극해의 로모노소프 해령(해저 산맥) 등 여러 해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받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2001년 유엔에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영유권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서를 냈으나 기각당했다. 로모노소프 해령이 시베리아와 해저 대륙붕을 통해 연결돼 있어 러시아 영토라는 주장을 폈으나,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이유로 국제적 승인을 받지 못했다.

보고서는 2단계(2011~2015)에선 북극 지역의 영토 경계를 국제법적으로 확정하고, 마지막 단계(2016~2020)에선 이 지역을 러시아의 주요한 전략적 자원 기지로 변화시킬 것을 주문했다.

◆자원 노린 치열한 경쟁=북극 지역에 대한 주변국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은 무엇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해 해저에 묻힌 막대한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해 해저와 연안에는 지구상에 남아 있는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의 20~25%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이 자원 선점을 노려 북극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선두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필요할 경우 무력 사용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올렉 부르체프 러시아 해군 중장은 지난달 23일 “영유권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북극 지방의 천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잠수함 파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을 앞둔 2월 중순에는 러시아 폭격기가 북극해 상공을 날아 미국과 캐나다 영공 200㎞ 지점까지 접근했다가 경고를 받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러시아는 앞서 2007년 8월에는 북극해 심해 4000m에 잠수정을 보내 탐사활동을 벌이는 한편 자국 국기를 해저 바닥에 꽂으며 북극 경쟁을 촉발시켰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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