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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생활 찌든 때 도심서 씻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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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일상의 찌든 때를 벗기 위해 사찰에서 묵으며 참선하는 템플 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찰이 교외에 있어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도시인을 위해 서울시내 사찰 중에서도 템플 스테이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서울 묘각사의 템플 스테이는 참가자들이 차를 마시며 스님에게서 경전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상담하는 게 특징이다. [묘각사 제공]


낙산 묘각사(종로구 숭인동).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2번 출구에서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100m가량 올라가다 보면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작은 마당과 옹벽에 돋을새김으로 조각된 석가상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릿한 향내에 은은히 퍼지는 풍경 소리까지 더하면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곳에서는 ‘내 마음 내려놓기’라는 주제로 주말마다 템플 스테이가 진행된다. 지난해 한국인이 2000여 명, 외국인이 700여 명 찾았다. 스님이 들려주는 ‘재미난 경전 이야기’가 인기를 끄는 비결의 하나다. 템플 스테이 진행을 맡고 있는 여여 스님은 “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느끼던 사람도 이곳에 와서 마음을 추스르고 간다”고 귀띔했다.

프로그램은 간소하다. 토요일 오후 2시에 입소해 연등을 만들고 저녁 타종을 함께한 뒤 예불을 드린다. 채식으로 짜인 절밥을 먹고 명상을 하다 오후 9시30분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다음 날 오전 3시에 일어나 타종을 한다. 하루에 일어나는 108가지 번뇌와 망상을 지운다는 의미의 108배를 깜깜한 새벽에 드리는 동안 참가자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가로 몸을 풀고 새벽 산행을 나서는데 낙산공원에 오르면 탁 트인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번에 20명 안팎으로 인원을 제한하며 참가비는 3만원이다.

좀 더 조용히 참선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길상사도 좋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서울을 잊게 하는 작은 숲이 나온다. 연못과 극락전 등 법당을 연결하는 오솔길, 우거진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교외로 나온 듯하다.

길상사에서는 매월 넷째 주 주말에만 템플 스테이를 진행한다. 특징은 좌선 시간이 많다는 점. 한 시간여 스님의 강의를 듣고 나면 혼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좌선 시간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봄에는 갖가지 꽃이 경내를 물들여 산책하며 참선하기에도 적합하다. 매월 선착순으로 40명을 마감하며 참가비는 3만원이다. ‘침묵의 집’을 열어 두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극락전 바로 왼쪽에 만든 작은 집으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8명이어서 전화로 문의하고 가는 것이 좋다.

전국에 템플 스테이가 가능한 사찰은 100여 개. 2002년 이후 외국인을 위한 전통 체험관광으로 부각됐으나 한국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 서울시내 템플 스테이가 가능한 사찰은 묘각사·길상사·봉은사 등 9개다. 1박2일(성인 1인 기준)에 3만~5만원이다. 시기·인원·프로그램별로 요금이 다르므로 사찰에 확인해야 한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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