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BC카드배 월드챔피언십 16강전 하이라이트] 믿을 수 없는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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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허영호 6단(한국) ●·구리 9단(중국)

장면 1(그림·上)=중국의 일인자 구리 9단과 한국의 신예 강자 허영호 6단의 대결이다. 공수가 첨예하게 얽힌 승부처에서 구리가 흑1로 붙여 왔다. 수습과 동시에 중앙 백에 대한 반격을 노리는 수. 그러나 허영호는 아무 걱정이 없다. 백2로 이으면 좌변 흑을 몰아치는 수와 A로 돌파하는 수가 맞보기. A로 나가면 흑▲넉 점 아니면 흑▲ 두 점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둘 다 요석이어서 바둑은 끝난다. 오래 전부터 노리던 순간이었고 이제 때가 온 것이다.

장면 2(그림·下)=그런데 구리 9단이 아무 고민도 없이 흑1로 뻗고 있다. 이게 웬일인가. 내 눈이 잘못되었나. 순간 등 뒤로부터 먹구름이 와락 몰려든다. 비로소 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든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아하! 비로소 수가 보인다. A로 나가면 B로 늦추는 수가 있다.

그걸로 아무것도 안 된다. 허망한 착각이다. 이 수를 노리며 그 동안 온갖 준비를 해왔는데 애당초 신기루를 보고 있었다. 7로 크게 살아 바둑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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