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특성과 응모요령…시대를 읽고 앞서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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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가을은 제 혼자 깊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그 쓸쓸한 의미를 찾으려는 언어가 있기에 세상 모든 것은 인간적으로 익어가는 것이다.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11월초 각 일간지에서 응모공고를 내고 12월10일 전후해 마감하는 (본지 13일 마감) 신춘문예 철이 돌아오면 삶의 의미를 원고지에서 캐려는 마음들은 또 가을 밤을 하얗게 새운다.

진정한 마음을 한땀 한땀 원고에 옮겨 새해 벽두의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수천.수만의 원고를 뚫고 새해 새아침 수많은 독자와 감동적으로 만나는 신춘문예의 특성과 응모 요령을 알아본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우선 새해에 수많은 독자들과 만나야 한다.

때문에 상식을 뛰어넘는 괴상망측한 주재나 소제는 피해야한다.

그러면서도 기성 문인의 작품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선 참신성, 즉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발상이 있어야한다.

또 기성 문인들의 흉내가 들어가서는 안된다.

기성의 좋은 작품에서 배우되 그걸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어야 된다.

신춘문예의 심사는 문단의 중진.원로급이 맡는다.

때문에 우리 문학의 흐름, 즉 전통을 지키면서도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까지 담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게 된다.

80년대 사회학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사실주의 경향의 문학에 대한 반동으로 90년대에는 개인주의적 경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들어서는 기성의 제도나 사회적 가치관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극단적 개인주의 성향도 젊은 문인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98년도 신춘문예에서는 새로운 공동체적 가치관의 모색이나 사람 사이의 예의나 정을 다룬 따뜻한 피가 도는 작품들에 기대를 걸것 같다.

기성 문단의 이런 기대를 반영하면서 신춘문예는 장르의 특성과 문법을 최대한 지키고 살리면서 신문사의 응모 요령에 따라야 한다.

시는 보통 2~3편 이상의 응모를 원한다.

당선작은 한편이지만 나머지 작품에서 응모자의 역량을 보기 위해서다.

때문에 보통 4~7편 응모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의할 것은 다른 응모작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은 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근년들어서는 긴 시보다 짧은 시를 선호하니 30행 이상 넘으면 곤란하다.

시조의 경우도 시와 마찬가지로 4~7편 응모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경쟁률이 시에 비해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정형시인 시조에 그 형식적 규칙을 엄수하여 응모하면 당선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단편소설은 98년도 신춘문예부터 대부분의 신문들이 2백자 원고지 80장 안팎을 요구하고 있다.

까닭없이 길어지는 단편미학을 지키고자 예년의 1백장에서 20장을 줄인 것이다.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치고들어가는 사건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짧게 승부를 거는 것이 좋다.

문학평론은 문학연구논문과 엄연히 다르다.

석.박사 학위논문의 일부분인듯한 글을 응모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피해야 한다.

일정한 평가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견급 이상 문인들의 작품을 동시대적 맥락에서 파고드는 것이 유리하다.

희곡은 무대를 전제로 하고 있는 장르상의 특성과 문법에 충실해야 한다.

요즘 응모작 대부분은 자필 원고가 아니라 컴퓨터 원고다.

잘 편집된 컴퓨터 원고가 가독성이 높아 유리하다.

원고는 정성스럽게 묶고 그 앞 혹은 뒤에 성명과 주소.전화번호를 적어넣어야 당선통보를 받을 수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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