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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 반박 … 달아오른 친이·친박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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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근혜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형수 기자]

경주 재선거는 ‘박근혜 바람’이 다시 불지가 최대 변수다.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낸 정수성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지역발전론을 앞세운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 친이-친박 대결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친이-친박 대결구도로 가나=1일 오전 8시 경주시 황오동 정수성 후보의 선거사무소. 그러나 정 후보는 이틀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이 사퇴를 종용했다’는 내용의 폭로 기자회견을 한 직후 자취를 감췄다. 오영운 사무국장은 “후보에게 정신적 충격이 컸다. ‘하루이틀 마음을 정리하고 오겠다’며 떠난 뒤 어디 계신지 가족들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무실 벽은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자서전 출판기념회 때 함께 찍은 사진은 대형 플래카드로 제작돼 선거사무소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사무실 출입문에는 “박근혜님 대권가도에 누가 걸림돌이고 누가 디딤돌인가”란 표어가 붙어 있다. 정 후보의 핵심 선거전략인 셈이다.

같은 날 오전 10시 경주시청 기자실에 정종복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수성 후보의 기자회견이 있고 난 뒤에야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일에 전혀 관여한 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짤막한 회견문만 읽고는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전날 정수성 후보의 회견 직후 “허위 폭로로 정치공작을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던 모습과는 달리 몸을 낮췄다. 대신 그는 “지역을 발전시킬 일꾼을 뽑는 선거를 친이-친박 갈등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 여당 후보로서 경주발전특별법 제정과 같은 정책선거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이채관 후보는 “경주가 금권선거로 재선거를 치르는데 또다시 친이-친박이 이전투구를 벌여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고 두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꽁꽁 숨은 경주 민심=경주 시민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경주역 맞은편 성동시장에서 만난 70대 노인 두 명은 “우린 아직 유동표데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끝까지 대답을 피했다. 그러곤 “박정희 대통령이 보문단지를 만들고 경주를 관광도시로 개발했는데 박근혜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며 “박근혜도 미국의 힐러리처럼 국무총리라도 하면서 검증을 받아야 될 긴데…”라고 말했다. 청과물상회 주인인 이재열(51)씨는 “경주 경제가 안 좋아 장사도 안 되는데 선거에 관심들이 있겠느냐”며 “여론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온누리약국을 운영하는 이동옥(여·64)씨는 “경주가 고령화되고 일자리도 없으니 힘 있는 사람을 뽑아야 지역 발전을 위해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주시의 유권자는 21만 명. 이 중 50세 이상은 8만8000명(42%), 60세 이상도 5만2000명(25%)이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고령층의 표심 향배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무응답층과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50%가 넘는다.

1일 오후 8시. 경주 동천동의 음식점 앞에서 만난 우재호(33·공무원)씨는 “지금까지 선거는 친이-친박 대결밖에 알려진 게 없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런 데 관심이 없다”면서 “소신대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에이스리서치의 조재목 대표는 “일단 여당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주=정효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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