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치우 종료 3분 전 프리킥골 … 북한 ‘철의 골문’ 뚫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0면

두들겨도 열리지 않는 북한 골문. ‘또다시 비기는가’ 싶던 후반 42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치우가 문전을 향해 감아 찼다. 강한 회전을 먹은 공은 일제히 점프한 북한 수비수들을 절묘하게 비켜 나가 왼쪽 골네트에 꽂혔다. 후반 33분 이근호와 교체 투입된 김치우가 남북한전 16년 무승 기록을 깨는 순간이었다.

결승골을 넣고 기쁨에 겨워 그라운드에 누워 있는 김치우 위로 오범석(中)과 박주영(右0 등 동료들이 달려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김치우는 교체 투입 9분 만인 후반 42분 천금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뉴시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 5차전에서 선두를 달리던 북한을 1-0으로 꺾었다. 한국은 지난해 4무승부를 포함, 북한과 5연속 무승부 끝에 승리를 기록했다. 남북한전 승리는 1993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카타르 도하, 3-0) 이후 16년 만이다(2005년 남북 통일축구 3-0 남측 승리는 양쪽 합의 아래 A매치 기록에서 제외).

3승2무(승점 11)가 된 한국은 3승1무2패의 북한(승점 10)을 제치고 B조 선두를 되찾았다. 한국은 6월 6일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정, 6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근호와 박주영(모나코)을 투톱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서울)을 좌우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북한은 예상대로 다섯 명의 수비수가 골문 쪽에 웅크리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나섰다.

한국은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북한에 호된 공격을 당했다. 아크 정면으로 흘러나온 볼을 홍영조(로스토크)가 벼락같이 중거리슛, 골키퍼 이운재(수원)가 몸을 날리며 간신히 쳐냈다. 한국은 이후 경기 주도권을 잡고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중앙 미드필드 쪽으로 공을 모아 북한 수비진을 끌어들인 뒤 측면으로 내주는 전술을 썼다. 하지만 북한의 수비가 워낙 촘촘하고 조직적이라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27분 이영표(도르트문트)가 올려준 볼을 박주영이 헤딩으로 떨궈 줬고 박지성이 슬라이딩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굴러갔다.

후반 2분 한국은 또 한 차례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이영표의 헤딩 미스로 살아나간 볼이 정대세의 헤딩슛으로 연결됐고, 골망으로 빨려 들어가는 볼을 이운재가 간신히 걷어냈다. 한국은 후반 20분과 23분 이근호가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슈팅이 모두 골키퍼 가슴에 안겼다. 하지만 무승부의 기운이 감돌던 후반 42분 기어코 김치우가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한편 북한 김정훈 감독은 “오늘 새벽부터 정대세와 골키퍼 두 명(이명국·김명길)이 복통과 설사 증세를 호소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오전에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감독관과 북측 호텔(서울 발산동 메이필드)에 가서 확인했다. FIFA가 북측의 경기 중단 요청을 기각하고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결정했다. 물도 자신들이 갖고 와서 먹었고, 식사 전에 북측 의사가 음식 검수를 했다”고 북측 주장을 반박했다. 

정영재 기자

양팀 감독 말

▶허정무 한국 감독=중요한 경기에서 이겨서 최종예선 통과의 고비를 넘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갖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전반에 북한의 수비가 워낙 밀집돼 있어 힘든 경기였다. 밀집 상태에서 장신 공격수인 정성훈이 있지만 그동안 장신 선수로 재미를 못 봤다. 세트피스를 노리고 이근호 대신 김치우를 넣었다.

▶김정훈 북한 감독=골키퍼 이명국과 스트라이커 정대세가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제 훈련 후 식사를 했는데 원인을 모르게 골키퍼 두 명과 정대세가 토하고 설사를 했다. 경기 시작 전 감독관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FIFA가 경기를 하라고 지시해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심판 판정에도 문제가 많다. 정대세가 슛한 공이 골라인을 넘은 것 같은데 이를 무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