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시리즈' 국내독자에 첫선…영국 여성추리작가 엘리스 피터스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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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국의 여성 추리작가 엘리스 피터스 (1913~95) . '장미의 이름'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움베르토 에코가 가장 존경하는 추리작가로 꼽을 정도인데도 우리나라 독자와의 만남은 이제야 이뤄졌다.

피터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캐드펠 시리즈' 20권중 '성녀의 유골' '99번째 주검' 이 번역, 출간됐다 (북하우스刊) .앞으로도 한달에 한권꼴로 소개될 예정.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는 시대적 배경이 중세이고 약초 (藥草).비서 (秘書).기독교 교리 등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에코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에코의 '장미의 이름' 에서 피터스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유럽문단에서 피터스는 중세 미스터리를 80.90년대에 소설의 한 장르로 개척한 인물로 통한다.

시리즈의 주인공은 한때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 캐드펠이라는 베네딕트회의 수도승. 주요무대는 12세기 중엽 영국 미들랜드 지방의 시루즈베리. 캐드펠은 십자군 원정에 참전한 뒤 약초를 가꾸며 여생을 보내기 위해 시루즈베리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캐드펠의 주변에는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자 온갖 풍상을 다 겪은 캐드펠이 논리적인 사고로 사건의 실마리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독약과 약초에 대한 지식과 중세의 정치.계급등 역사적 사실들이 적절히 얽혀 소설적 재미를 더해준다.

실제로 작가 피터스는 약사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는 해군으로 참전했다.

그런 경험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다.

각권마다 사건은 다르지만 시대 및 지리적 배경은 같다.

'성녀의 유골' 은 출세에 눈이 먼 나머지 암투를 일삼고 신자들을 현혹시키려드는 성직자의 비리를 소재로 한 이야기. 이 작품에서 캐드펠은 위니프레드라는 여자를 성녀로 조작해낸 수도원 부원장과 맞서 싸운다.

결국 소박하고 정직한 민중들이 이 사기극을 눈치채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99번째 주검' 은 사촌간인 스티븐왕과 모드황후가 왕위를 놓고 암투를 벌인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했다.

시루즈베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전쟁이 모드황후측 영주들의 참패로 끝나고 포로는 모두 처형된다.

처형현장에서 시신수습을 맡은 캐드펠은 1구의 신원미상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의혹을 품은 캐드펠은 이 사람이 모드황후에게 군자금을 전하려던 청년기사이며 물욕에 눈먼 사람들에게 배신당해 희생되었음을 밝혀낸다.

77년에 발표된 캐드펠 시리즈는 지금까지 이탈리아.미국.프랑스.일본 등 22개국에서 번역돼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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