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 큰일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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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잇따른 사고로 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극도로 가중되고 있다.

지난 11일 경인선 단전사고에 이어 12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전동차 탈선으로 5시간이나 불통되는 사고가 발생하더니 불과 16시간후에 같은 노선의 상왕십리역에서 기관고장으로 지하철이 5분동안 멈춰섰다.

수도권 전철까지 합하면 올들어 평균 3일에 한번꼴로 운행사고가 발생하니 '사고철' 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만은 아니다.

왜 이렇게 사고가 잦은가.

경인선 단전사고나 2호선 탈선사고는 관계자의 사소한 실수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탈선사고 30분전에 전동차 밑에서 연기가 났는데도 기관사가 무시한 채 운행을 강행했다니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그 양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올들어 발생한 사고는 신호.차량고장 뿐만 아니라 역사 (驛舍) 내 화재.차량충돌.탈선 등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종전에는 피해가 지연운행 정도에 머물렀으나 점차 대량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서울시 감사에서 최근 2년여동안 지하철 구조물에서 1만여건의 균열과 누수현상이 확인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대형참사가 발생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당국의 안전대책은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전점검만 하더라도 예방위주의 검수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고장이 난 뒤 수리에 급급한 형편이다.

구형 전동차의 경우는 부품이 모자라 쉬는 차량의 부품을 빼서 사용할 정도라면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한마디로 서울 지하철은 골병이 들대로 든 상태고, 각종 사고를 통해 위험경보를 계속 울리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인명이 걸린 문제를 놓고 무슨 변명이 통할 수 있겠는가.

정말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당장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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