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지방 유통업체 생존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달 21일 부산의 첫 향토백화점인 미화당이 부도난 이후 이곳 유통업계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7개 지방백화점중 올들어서만 유나.태화에 이은 세번째 부도. "이러다간 지방업체들이 완전 거덜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 한 업자는 이렇게 탄식했다.

대전 동양백화점은 얼마전 '루머 진원자 색출' 에 현상금 1천만원을 내걸었다.

아무리 부인해도 끊이지 않는 부도설에 견디다 못해 내놓은 궁여지책 (窮餘之策) 이다.

유통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로 유통업계는 마치 재벌대리전 현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지방 업체들은 시장개방.장기불황에다 서울 대형백화점의 파상공세까지 겹쳐 심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생존을 위해 몸부침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전국에서 9개 백화점이 부도를 냈다.

지난해는 한햇동안 3개가 부도났는데 올해는 거의 한달에 한개꼴로 쓰러진 셈이다.

이중 지방 백화점이 6개. 소문 안나서 그렇지 중소규모 슈퍼마켓이나 가게.재래시장등의 피해는 훨씬 크다.

앞으로 부도 도미노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많은 지방 업체들은 서울.외국에서 밀려오는 대형 백화점.할인점과의 정면대결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부산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동안 정면대응을 시도했으나 무리한 투자로 잇따라 쓰러지자 역부족임을 절감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고 말했다.

부산의 신세화.부산.세원백화점등은 패션전문점으로 변신하거나 거점을 아예 외곽으로 옮기는 탈 (脫) 도심을 서두르고 있다.

화니 부도에 놀란 광주지역 백화점들도 다점포화 청사진을 거둬들였다.

광주의 한 백화점 임원은 "지방업체가 서울의 대형 백화점과 정면 승부해 봤자 자금력.가격경쟁력.영업 노하우등에서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 기존 점포 지키기에 주력키로 했다" 고 털어놓았다.

대구.대전에서는 할인점 분야의 시장쟁탈전이 치열하다.

대전은 정부3청사 이전과 맞물려 까르푸.마크로등 외국계 할인점의 공세가 시작됐고 대구지역은 2000년까지 13개 대기업들이 할인점을 세울 예정이어서 좁은 시장을 놓고 더욱 열띤 쟁탈전이 예상된다.

서울.수도권 지역 유통업체들도 편한 것은 아니다.

진로아크리스.한신코아에 이어 뉴코아백화점이 부도를 냈다.

특히 분당 지역은 최근 삼성이 대형 백화점을 오픈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으로 변했다.

특별취재팀 = 이종태·이기원·김남중·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