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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4대 강 살리기’에 가뭄 대책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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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현재 태백시의 상수도 누수율은 46%에 달한다. 수도관의 노후 때문이다. 태백 이외에 21년 이상 된 노후 수도관은 전국에 약 2만8000㎞나 된다. 전체 수도관의 약 20%다. 가뭄으로 한 방울의 물도 귀한 마당에 그나마 정수한 물이 수도관에서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경북 의성군 같은 곳은 누수율이 50%나 된다. 전국에 누수율 40% 이상 시·군이 17군데에 이른다. 하나같이 인구 10만 미만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지방상수도 시설이다. 지방의 경우 관망이 노후한 데다 수질도 위협받고 있지만 재정 능력이 약해 융자금도 부담이 돼 시설 개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수도 쪽 가뭄 걱정도 크다.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추진 기획단의 사업에서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수자원화 대책은 아예 빠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하천은 대부분 가뭄이 들면 원래의 자연수는 적고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금호강 유량의 68%, 낙동강 고령 지점 본류 유량의 11.5% 정도가 사실은 대구지역 하수처리장 방류수다. 가뭄이 깊어질수록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하수처리 기준과 시설로는 부영양화(富營養化)의 발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4대 강 살리기로 하천 내 저류량이 늘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 명백하다. 가뭄 때 4대 강 본류 수질을 살리려면 하천 유역에 산재한 하수처리장에 응집침전·여과·흡착공정 등을 갖춘 비상용 초고도(超高度)처리시설을 예비시설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4대 강 사업 이후 대량의 조류(藻類)라도 발생해 유역 주민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큰일 아닌가.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은 수량 대책, 수질 대책 사업 및 하천공간 정비사업이 삼각구조로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국토해양부가 주도하면서 상하수도 대책은 부처 간 힘겨루기에서 완전히 밀렸다는 인상이 짙다. 4대 강 살리기 사업비 14조원 중 국토부 소관의 홍수 대책인 천변저류지 계획에는 2조5000억원이나 배정하면서, 환경부 소관의 가뭄 대비 상하수도 대책 사업비는 거의 전무한 실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대 강의 외형 정비와 홍수 대책에 거의 올인하고 있고, 정작 본질인 가뭄 대비 본류 수질 살리기 방안은 농업용 저수지를 활용하는 희석용수 확보 대책 정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물리적 방안은 가뭄 초기용 대책이며, 가뭄이 극심해지면 하수처리장 방류수 이외에는 쓸 만한 하천 수원은 사실상 찾기 힘들게 된다. 가뭄에 대비한 지방도시의 노후 수도관 정비 및 하수처리장 초고도 처리시설 설치 등에 대한 국고 지원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제라도 4대 강 살리기 주요 사업 내역에 가뭄 대비 상하수도 대책을 포함시켜야 한다.

김응호 홍익대 교수·대한상하수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