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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펙 어떠세요?] 한성고 3학년 학생 4명,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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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한성고 학생회 임원을 역임한 네 명의 남학생이 있다. 내신성적도 상위권인 이들은 ‘학급회장’과 ‘학급장’이라는 경험을 살려 성균관대 수시2-1 리더십특기자 전형에 도전하려고 한다. 리더십특기자 전형(80명 모집)은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의 서류평가에서 면접까지, 모든 전형 과정을 총괄하는 성균관대 ‘순수입학사정관’ 전형 중 하나다.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성적(40%)과 서류평가(30%)로 모집 정원의 2배수를 선발한 뒤 1단계 성적(70%)과 심층면접(30%)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정한다. ‘학급회장 역임자’도 지원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네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는 기자를 통해 여섯 명의 성균관대 입학사정관들에게 전달됐다. 사정관들은 이들의 서류를 검토했고, 이틀 뒤 네 명의 학생 모두를 성균관대 회의실로 불러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은 교과 성적과 비교과 실적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학생당 15분여의 면접이 끝난 뒤 개인별 평가가 이뤄졌다. 이날 면접에는 홍승우(36)·김창민(35) 입학사정관과 박종국 입학팀장이 참여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이재원(18) 사회과학계열 지원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 올리길

김창민 사정관은 “지난해 리더십특기자 전형 합격생 내신 평균이 2등급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금 성적으로는 1단계 통과가 어렵다는 얘기다. 김 사정관은 이군에게 “3학년 1학기 내신성적을 석차백분율 3~4% 이내로 끌어올리라”며 “자기소개서에서 성적이 향상됐다는 점을 부각하라”고 조언했다. 350여 시간의 봉사 실적을 가진 이군. 홍 사정관은 “봉사 시간은 많지만, 봉사활동에 관한 뚜렷한 특징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한 분야를 꾸준히 했다거나 ‘사랑의 집 짓기’ 등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봉사여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준형(18) 경영학과 지원
학업우수자 전형으로 지원을

이군의 특별활동 실적은 TEPS 723점과 영자신문반 회원이었던 게 전부. 수상 실적도 교내 대회에서 수상한 것밖에는 없다. 성균관대는 수상 실적에서 ‘국제 대회>전국 대회>시·군 대회>교내 대회’ 순으로 점수를 차등 지급한다. 또 리더가 아닌 영자신문반 회원이었기에 큰 점수를 받지 못한다. 김 사정관은 “좋은 기사를 썼다거나, 영자신문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부분을 자기소개서에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를 검토한 입학사정관들은 “비교과 반영 비율이 낮은 학업우수자 전형으로 바꿔 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다.



강용희(18) 공학계열 지원
생활평가 장점 살린 추천서 받아라

물리과목 석차등급 3등급. 공학계열에 지원하는 강군에게는 치명타다. 국어·영어·수학 과목에서 단 한 과목도 1등급이 없다. 홍 사정관은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했을 때 리더십특기자 전형 1단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군이 “학년장을 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하자 “학년장을 했다는 건 지원 자격을 만족시키는 것일 뿐 학급회장과의 점수 차를 크게 벌리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강군의 경우 다른 학생들에 비해 고교 생활에 대한 교사 평가가 좋기 때문에 여러 교사에게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추천서를 받아 제출하기를 권했다.



이형주(18)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계열 지원
“희망과 다른과 왜 지원했나” 설명을

사정관들은 이형주군의 교과 및 비교과 실적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1학년 때부터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데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 1차 대회 동상 등 전국 대회 수상 실적까지 가졌기 때문이다. 홍 사정관은 “네 명의 학생 중에는 가장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며 “1단계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래 희망이 ‘의사’인 이군이 왜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계열에 지원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숙제다. 사정관들은 “장래 희망과 지원 학과가 다를 경우 면접에서 왜 지원했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를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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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리더십특기자 전형 면접

1단계 통과자 16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심층 면접은 교과 면접과 특기적성 면접, 사정관 면접 등으로 나뉜다. 교과 면접에서는 고교 교과과정 지식을 묻는다. 인문계의 경우 영어 지문을 출제할 예정이다. 자연계는 수학·과학 관련 문제가 나온다. 특기적성 면접은 학과와 관련된 학생들의 지식을 평가하며, 사정관 면접은 제출 서류를 바탕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본다. 김 사정관은 “사정관 면접의 경우에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지를 평가한다”며 “자기소개서에 쓴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면접내용이 서로 일관되어야 한다는 게 사정관들의 주문이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서 “빌 게이츠처럼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썼다면 면접에서는 어떤 기술력을 갖춘, 무슨 분야의 기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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