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름세 언제까지 갈까…배럴당 20불선 당분간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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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무기사찰을 둘러싼 미국과 이라크의 갈등이 무력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등 원유 수입국들은 제3의 오일쇼크를 우려하며 중동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세계 원유생산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중동지역은 "중동이 재채기를 하면 국제원유시장은 독감을 앓는다" 는 말이 나돌 만큼 유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이라크가 무력대결로 치달을 경우 원유가격은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예측 전문기관들의 최근 분석을 요약하면 향후 유가는 단기적 등락요인을 안고 있으나 수급차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유가 안정을 예상하는 첫번째 이유는 석유산업의 혁명적 기술개발이다.

유전 개발부터 정제까지 석유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첨단 기술이 개발.도입되면서 소비량 증가로 매장량이 유한한 원유가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를 것이라는 '유가상승 불가피론' 이 무색해졌다.

추정매장량 계속 늘어 전 세계 원유 추정매장량은 컴퓨터와 인공위성까지 동원되는 첨단 기술에 힘입어 지난 86년 이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유가예측 전문기관인 스미스 리어 에너지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말현재 지구상의 원유 추정매장량은 지난 85년 당시의 예측에 비해 3천5백억 배럴이 증가했다.

이는 인류가 앞으로 14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예컨대 최근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카스피해 (海) 유전만 해도 매장량이 2천억 배럴로 추정돼 아제르바이잔등 주변국들은 21세기에 중동지역 못지않은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첨단 장비를 이용한 유전 탐사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심해 유전등 과거 개발을 꿈도 못 꾸었던 유전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생산.정제費用은 하락 유전개발 및 생산.정제비용도 떨어지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국은 "인플레를 감안한 배럴당 유전탐사비용은 지난 80년 유가의 20%수준에서 지난 95년엔 5%대로 떨어졌다" 고 밝히고 있다.

특히 생산.정제 비용의 하락은 엑슨.칼텍스 등 석유업계 메이저들의 유전개발 의욕을 북돋아 생산량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3대 메이저 가운데 하나인 엑슨사의 경우 지난 10년동안 배럴당 원유생산비용이 85%가량 줄었다.

이들 기업들은 올해 유전 개발을 위한 손익분기점을 국제시장의 평균 유가 (두바이산 기준 약19달러) 보다 훨씬 낮은 배럴당 15달러로 잡고 있다.

공급이 늘고 생산단가가 낮아지면 산유국들의 가격통제력은 약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예컨대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면 일시적 공급부족으로 인해 유가가 오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다른 지역의 생산량이 늘어나 유가는 안정세로 돌아서게 된다.

더욱이 최근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등 추정 매장량이 중동지역에 맞먹는 국가들이 경제 개발을 위한 원유 생산에 적극 나서면서 기존의 수급관계를 깨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수소에너지등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보급도 장기적 유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油價 장기예측 불가능 이 때문에 유가의 장기 예측은 무용지물로 되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학의 유가예측팀은 지난 80년 인플레를 감안해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평균 98달러로 잡았다가 지난 91년 다시 수정 전망치를 45달러로 내놓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로열 더치 셀의 필립 캐롤 회장은 "급속한 기술발전 때문에 유가예측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며 "장기적 유가 추이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중동지역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중동산 원유는 배럴당 20달러대에 머물 것으로 본다" 고 진단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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