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TV 드라마 짜증…뻔한 얘기 재탕삼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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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다음은 10일 방송된 드라마 세편의 줄거리입니다.

아마 어이가 없어지실 겁니다.

▶SBS '지평선 너머' =영선의 어머니는 종태가 옛날 자신들의 머슴의 아들이었다는 이유로 영선과 종태의 결혼을 반대한다.

▶KBS '신부의 방' =성자와 결혼하겠다는 정태의 말에 어머니 강여사는 화를 내며 소리지른다.

정태는 그런 어머니에게 반발하고…. ▶SBS '당신뿐인데' =지훈은 어머니 신여사의 병실에서까지 반드시 무옥과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신여사는 절대로 안된다며 링거를 빼고 치료를 거부하며 식음까지 전폐한다.

하나같이 결혼문제로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극한에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만한 소재이기에 이렇게 자주 나오는 거겠지요. 하지만 같은 날, 서로 다른 드라마 내용이 이렇게 똑같으니 시청자들이 짜증나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두편도 아니고 세편이나요. KBS.MBC.SBS를 합쳐 드라마가 1주일에 34편이나 되니 이런 일까지 생긴겁니다.

방송 만드시는 분들, 드라마 좀 줄이실 생각 없으세요?

드라마 쓰시는 작가분들께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워낙 드라마 수가 많아 새로운 이야기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은 시청자들도 이해합니다.

방송사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생각하고 쓸 시간을 주지 않고 빨리 쓰라고 재촉하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똑같은 이야기를 자꾸 보면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작가 여러분. 자신의 작품을 방송사에 내밀기 전에, 과연 시청자들에게 유익할까, 적어도 이걸 보는 동안만은 잠시 시름을 잊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주세요.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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