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실험 8개월 신한국당 이수성고문 귀거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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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수성 (李壽成) 전국무총리가 마침내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지난 3월 전국적 관심속에 입당할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비서를 통해 탈당계 한장만을 11일 당에 제출했을 뿐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선 나의 역할이 없다" 고 말하고 있다.

그를 영입하려는 국민회의나 국민신당에 가담할 뜻이 없음을 강조한다.

대선후 어떤 상황변화가 있을지 모르나 일단 그의 정치실험은 막을 내렸다.

그의 행보는 독특했다.

프로 정치인들과 확연히 구별됐다.

서울대총장 출신의 장수 (長壽) 총리라는 화려한 이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화력은 다른 경쟁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다.

게다가 그의 뒤에는 김영삼대통령의 후광도 있었다.

金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지극한 호감을 표시했다.

아직도 신한국당 일각에서는 민정계의 김윤환 (金潤煥) 고문이 이회창총재를 밀었듯이 민주계의 최형우 (崔炯佑) 고문이 쓰러지지 않고 그를 지원했으면 경선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가정 (假定) 을 화제로 삼는다.

하지만 이 모든 장.강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중성 확보에 실패했다.

정치판의 생리를 몰랐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무엇보다 인기를 만드는데 실패한게 치명적이었다.

선전.선동기술이나 추진력.조직과 세의 부족으로 그는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좌절하고야 말았다.

결국 그가 내걸었던 '대통합' 이나 '국민들 편안하게 하는 정치' 의 기치도 이제 내려지게 됐다.

하지만 그가 허송세월만 한 것같지는 않다.

"모든 후보가 문제점을 안고 있고, 그렇다고 내가 그 구도를 바꿀 힘도 없다" 는 그의 귀거래사 (歸去來辭) 는 냉철한 현실인식을 보여준다.

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은 의리였다.

자신을 정치판에 밀어넣기만 하고 외면한 金대통령에게 '지킬 것' 을 지켰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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