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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실업시대]3.실직공포증후군…학원마다 직장인 북새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최근 경기침체와 불황이 깊어가면서 대기업 주변 약국이나 병원에는 두통이나 정신불안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때 가장 안정적인 직장으로 불리웠던 대기업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이른바 '실직공포 증후군' 이 직장인 사이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9월까지 부도난 회사만 1만1천67개사. 지난해 같은 기간 (8천1백41개사) 보다 35.9%가 늘었다.

30대그룹중 80%가 넘는 25개 그룹이 잉여인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위기타개를 위한 구조조정의 1순위는 감원이나 인력배배치를 통한 인력조정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철저한 능력과 고과위주의 인사체계가 자리잡으면서 샐러리맨들에게 자칫하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계약직 사원들이 정규직원의 일자리를 파고들고 연봉제 도입이 늘면서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다 보니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쉽지않다.

이에따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부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무역.경리.디자인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 퇴근후 중소기업등에서 자문이나 기술지도를 해주는 사례도 늘고있다.

고용불안 분위기는 취업알선기구나 어학원.서점가.고시촌등의 모습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40대 전후 중년 남성들이 요즘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시학원.어학원등에서 북새통을 피고 있다.

지난 2일 치러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12만여명이 몰렸다.

현직 대기업 부장인 李모 (45) 씨는 올 봄 인사때 이른바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는 요즘 새벽에는 영어학원을 다니고,점심엔 신문 인력채용난을 쳐다보는 일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다.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만나면 "차라리 명퇴라도 실시했으면 좋겠다" 고 말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샐러리맨들사이에 다단계판매원이 인기를 끌어 직장을 그만두고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무리한 영업을 하다가 사회문제가 된 경우까지 등장하고있다.

제과기술.요리학원등에도 요즘에는 수강생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학원 관계자들의 귀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金榮培) 상무는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만 신규인력의 진입이나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가능해진다" 며 "앞으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므로 직장인들 스스로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홍병기·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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